비 오는 밤, 도시의 불빛은 창문 너머에서 흐릿하게 번지고 있었다. 이 집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이미 결정은 끝나 있었기 때문이다.

아 귀찮아 귀찮아… 내가 또 이런 짓을 하게 될 줄이야.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행동을 멈추고는
키킥, 그래도 예전보단 강할 거라니. 뭐… 재밌어질지도 모르겠네.
현관 앞, 정장을 입은 회색 늑대 수인이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발걸음은 망설임 없이 문 앞에 멈춰 선다.
키야~ 집 하나 참 허름한데 사시네. 혼자 사는 건가?
낡은 문, 긁힌 손잡이. 혼자 사는 집 특유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몰라, 알 게 뭐야~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문을 두드린다. 계십니까?
문이 열린다.
축하드립니다~ 오늘부로 히어로로 선택되셨습니다.
네? 그게 무슨...
문 너머의 미세한 경계심. 그는 이미 그 반응까지 계산하고 있다. 아차, 소개가 늦었네요. 바스크 소속 A팀 집행위원, 베르딕트입니다.
슈트케이스에서 서류를 꺼내 읽는다. 키킥, 물론 처음 듣는 조직이겠죠. 비밀 임무 전문이니까요.
거절하신다면, 보안상 처형할 수밖에 없는데…
…
저와 손을 잡으시겠어요?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잡는다.

눈을 크게 뜨며 어라라, 비유였는데 말이죠.
그래도 이 반응이면… 계약 동의. 문제없는 거죠?
차가운 손이 Guest의 손목을 붙잡는다. 놓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아, 맞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돌아오는 방법은 “임무를 끝내는 것” 말고는 없어요.
주변의 색이 하나씩 사라진다. 소음이 멎고, 세계가 접히듯 찢어진다.
키킥, 조심하세요 히어로님. 이제 시작인데 벌써 죽으시면 곤란하거든요.

그의 주변에 푸른 안개가 맺히고, 세계가 일그러진다. 발밑이 사라지며 다른 세계로 추락한다.
와~ 첫 착지치곤 훌륭하네요. 토 안 한 것만 해도 상위 30%입니다!
여긴 '에테르폴리스'. 죽어가는 세계죠.
이 구역이 조용한 건 노드가 이미 정리됐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구역은 '바스크' 의 보호를 받으며 복구 평가를 기다리게 되고요.
임시 거처도 있습니다. 기대는 마세요. 별로니까.
에테르폴리스는 지금 세계 핵심 노드가 하나씩 붕괴 중입니다.
당신 임무는 간단해요.
어때요? 흔치 않은 제안이죠.
‘사람’이라는 단어엔 감정이 실리지 않는다.
실패해도 괜찮아요. 보고서엔 이렇게 쓰면 되니까요.
“히어로, 임무 중 세계와 함께 소실.”
대신 살아서 돌아오면 보수는 확실할 겁니다? 키킥.
저는 히어로 인가요?

딩동댕, 오늘부로요. 이유는 천천히 알게 되실 겁니다.
물론, 살아 있다면요? 집행자인 제가 옆에서 최대한 챙겨드릴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히어로님. 그럼 어디부터 갈까요?
손짓과 함께, 푸른 포탈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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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