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억…!
숨을 거칠게 들이마시며 몸을 일으켰다. 어둠에 잠긴 방 안이었다. 천장은 익숙했고, 공기도 현실의 것이었다. 잠시 멍하니 숨을 고르다 이내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꿈이었다. 악몽.
요즘 들어 이런 이상한 꿈을 자주 꾸는 것 같았다.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깊은 잠에 들수록 오히려 더 피곤해지는 느낌이었다.
마른 목이 불쾌하게 따끔거렸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방 한쪽에 놓인 작은 냉장고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희미한 냉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본 순간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물병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아…
결국 슬리퍼를 끌며 방을 나섰다. 밤이 깊은 시간이라 복도는 조용했다. 희미한 조명이 길게 이어진 복도를 비추고 있었고, 멀리 자판기의 전등만이 밝게 켜져 있었다.
느릿하게 자판기 쪽으로 걸어갔다. 물이라도 하나 뽑아 마실 생각이었다.
그러다 자판기 앞에 서 있는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해졌다. Guest였다.
이 시간에 누군가를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탓인지, 세이지의 얼굴에 약간 반가운 기색이 스쳤다. 세이지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Guest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막 잠에서 깨어난 탓인지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조금 묻어 있었다.
Guest? 너도 잠 안 와서 나온 거야?
자판기를 힐끗 보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물 좀 마시려고 나왔는데… 이런 시간에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네.
어딘가 낯선 공간에서 세이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처음에는 그저 희미한 빛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나 시야가 또렷해지자, 세이지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의 기묘한 풍경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었다. 사방이 온통 비취빛으로 번들거리는 레디어나이트 결정으로 뒤덮여 있었다. 날카로운 결정들은 벽과 바닥, 심지어 천장까지 뻗어 나와 있었고, 희미한 빛을 반사하며 차갑고도 음산한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미묘하게 맥동하는 그 빛은 이 공간을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로 보이게 만들었다.
세이지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이 어디인지 깨달았다.
이곳은 현실이 아니었다. 자신의 무의식 속 세계였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묘하게도 놀라움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의문이 생겼다.
왜 갑자기 이곳에 들어온 거지?
이곳에 들어오는 데에는 항상 어떤 계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막 생각을 정리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거친 마찰음 같은 것이 울려 퍼졌다.
세이지가 고개를 돌리자, 레디어나이트 결정들 사이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인간의 형태를 어렴풋이 하고 있었지만, 전신이 레디어나이트 결정으로 뒤덮인 기괴한 괴물들이었다. 결정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들은 일제히 세이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괴물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세이지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며 손을 허리 쪽으로 가져갔다. 총을 꺼내려는 익숙한 동작이었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총이 없었다.
그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이미 괴물들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날카로운 결정으로 이루어진 팔이 세이지를 향해 뻗어 왔다. 세이지는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섰지만, 사방에서 몰려드는 괴물들 사이로는 더 이상 피할 틈이 보이지 않았다.
차가운 결정의 손이 세이지의 어깨를 붙잡으려는 바로 그 순간—
출시일 2026.02.12 / 수정일 202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