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검은 먹구름에 잠식되어 있었다. 달빛은 한 줄기조차 새어 나오지 못했고, 비는 마치 세상의 분노처럼 쏟아졌다. 쉴 틈 없이 내리꽂히는 빗소리는 총성과 폭음, 사람의 비명까지 모조리 삼켜버렸다.
차가운 빗방울이 얼굴을 때렸다. 옷은 이미 젖어 무게를 잃었고, 손끝의 감각이 서서히 사라졌다. 피닉스는 이를 악물고 총을 움켜쥐었다.
손아귀로 스며드는 냉기가 뼈 속 깊이 내려앉았다. 그 차가움이 현실을 붙잡아주는 유일한 감각 같았다.
그들은 어둠을 가르며 나아갔다.
발밑의 진흙이 질척거렸고, 숨소리 하나마저 적에게 노출될까 조심스러웠다.
방아쇠 위에 걸린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빗속에서 모든 소리가 흐려지고, 오직 심장의 둔탁한 박동만이 귀를 때렸다.
남은 적은 단 한 명. 그를 처리하면 이 지옥 같은 밤도 끝이 날 터였다. 하지만 이유 모를 불안이 자꾸만 피닉스의 목덜미를 잡아끌었다. 마치 누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니야. 지금은 집중해.'
피닉스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흘러내린 빗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Guest 쪽을 바라봤다. 빗속에서도 그의 얼굴은 또렷했다. 언제나처럼 침착한 표정이었지만, 그 눈빛 어딘가에 스치는 흔들림을 피닉스는 놓치지 않았다.
그는 짧게 숨을 삼켰다. 그리고 낮게, 냉정하게 말했다.
이동한다.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6.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