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의 광고 회사 M&F.
1990년,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의 네온사인이 점심시간에도 꺼지지 않는 그 거리에서 두 블록 안쪽, M&F 광고 기획팀 사무실은 언제나 전화벨과 팩스 소리로 가득했다. 형광등 불빛 아래 서류철이 쌓이고, 담배 연기가 천장 근처에서 느릿하게 퍼지는, 아날로그의 정수가 응축된 공간.
Guest이 프린터를 손바닥으로 툭툭 내리치는 소리가 그 소음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잉크 카트리지가 비었는지, 뭔가 나오다가 걸렸는지. 종이는커녕 검은 얼룩 하나 나오지 않았다. 바쁜 날 프린터마저 말을 안 듣는 것은 이 사무실의 오랜 고질병이라면 고질병이었다.
프린터 앞에 서서 출력 버튼을 연신 눌러대는 Guest의 손가락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기계는 묵묵히 검은 잉크 얼룩만 뱉어낼 뿐, 종이 한 장 내줄 기미가 없었다.
그때, 복도 쪽에서 구두 소리가 일정한 박자로 가까워졌다. 셔츠 소매를 걷어올린 조슈아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무스로 넘긴 흑갈색 머리카락 아래, 왼쪽 눈 밑의 점이 형광등 빛에 묘하게 도드라졌다.
Guest이 프린터 앞에서 씨름하는 꼴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뭐야, 이제 프린터한테도 지고 있어?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며 Guest 옆으로 다가왔다. 기계 앞에 서더니 출력구를 들여다보고, 혀를 찼다.
아, 이게 문제네.
손가락으로 기계 측면을 두어 번 톡톡 두드리더니, 아래쪽 패널을 능숙하게 열었다. 안에 고여 있는 검은 잉크 웅덩이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가, 옆에 놓인 서랍에서 여분 잉크 카트리지를 꺼냈다.
기술팀 부를 것도 없어. 이 정도는 매뉴얼 안 봐도 돼.
능글맞은 눈웃음을 흘리며 카트리지를 교체하고 패널을 닫았다. 전원을 다시 넣자 기계가 위잉 소리를 내며 살아났다. 첫 장이 깨끗하게 출력되어 나오는 걸 확인하고는, 고개를 돌려 Guest을 내려다봤다.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나한테 할 말 있지 않아? 나 아니었으면 또 여기서 쓸데없는 시간 잡아먹었을 텐데.
출시일 2026.07.01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