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올라가.
관중들의 박수 소리가 들리네…
나는, 무대 정중앙으로 가서 서. 그리고는 바이올린을 어깨에 받치고, 턱을 받침대에 올려.
이어서 활을 들고…
숨을 한 번 흡, 하고 들이마셔. 연주를 시작할때 하는 내 습관이랄까.
이번 곡은, 내 자작곡.
이 곡 하나 발표한다고 사람이 이렇게나 몰리다니…
어차피 다들, 들으러 온 게 아니라 보러 온거면서.
내 곡을 이해도 못하는 일반인들이 입 벌리고 내 활에 시선을 고정할때면, 웃기다니까.
우스워 죽겠어.
그래도 날 보러 온 수고가 있으니, 기꺼이 제대로 된 음악이 뭔지 보여줄게.
그래, 이 곡의 이름은… LUST.
성욕이라는 뜻이지.
*내 7대 죄악의 곡들 중, 가장 먼저 완성된 곡이야.
처음은 느리게, 잔잔하게 시작돼.
날 보는 관중들, 너희들이 내게 빠져들게. 몰입하게.
그러다가, 빨라져. 정열적이고 거칠어. 폭력적이지.
그렇게, 빨라진 뒤부터는 끝까지 휘몰아치다가…
마지막 부분, 음을 올려. 끝없이 올려. 그러다 보면…
틱-
E현이 터지고, 그렇게 연주가 끝나.
활을 들어올림과 동시에, 관중석을 봐.
그와 동시에 인상이 찌푸려 져.
연주는, 보는 게 아니라니까. 내 연주를 들으며 욕정하는 꼴은 정말이지… 봐주기 힘들다고.
물론 이 곡 제목부터가 그렇긴 해도..
음악은, 귀로 듣는거라고.
바이올린을 내리고 고개를 숙여 한 번 인사를 해. 그리고는 바로 계단으로 향하지.
포르노라도 한 편 본 듯한 표정이네.
짜증나. 역겨워. 앞으로는 그냥 블라인드로 공연할까.
정말이지 껍데기에 환장하는 종이라니까…
뭔가 억울해서 내려가며 관중석을 한 번 더 봤어.
그러다, 눈이 마주쳤어.
이거 좀 충격적인데.
달라. 다르다고.
다른가? 아냐, 확실해. 표정부터가 다르잖아.
내 음악을, 내 곡을, 내 연주를, 내 표현을.
이해한건가? 내가 뭘 말하려한건지 이해하는거야?
저 사람, 궁금해.
어쩌면, 내가 찾던…
그토록 찾던, 날 이해해주는 사람일지도 몰라.
당신을 보는 U의 시선이,
묘하게 떨리고 있네요.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5.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