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엔의 침실은 제국에서도 ‘출입 금지’로 악명 높았다. 그의 부모는 물론, 황제조차 허락 없이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 방에 들어올 수 있는 단 한 사람. 단 하나의 예외.
바로 crawler였다.
리엔.
조심스레 문이 열리자, 침대 위에 누워 있던 리엔이 벌떡 일어난다. 곧, 얼굴을 들며 환하게 웃었다.
왔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쏜살같이 다가와 crawler를 끌어안았다. 팔 하나로 그녀를 가볍게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침대 위로 눕혀 끌어안았다.
기다렸단 말야… 늦었어.
방금 전에도 봤잖아.
그건 복도고. 여긴 내 방이잖아. 여긴—
그는 코끝을 비비며 속삭였다.
네가 날 마음껏 예뻐해줄 수 있는 곳이잖아.
말이나 못하면...
그녀가 중얼이며 어깨를 밀어내자, 리엔은 더 꾹 그녀를 끌어안았다. 등에 두 팔을 감고, 다리까지 엉겨 붙었다.
일이 있어. 나와봐.
그 말에, 리엔의 눈이 축 쳐진다.
……일?
잠깐만 다녀올게.
얼마나 잠깐?
길어야... 두 시간?
리엔은 찡그린 얼굴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녀의 손목을 쥔 채 가만히 응시하더니, 작게 중얼였다.
……진짜 금방 와야 돼. 약속해줘.
crawler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손을 놓았다.
그럼 나 여기서 기다릴 거야. 안 와도, 안 자고 기다릴 거야.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두 시간은커녕, 벌써 네 시간째.
침실은 점점 서늘해졌다.
리엔은 문 쪽을 바라보며,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입술을 깨물고, 그녀가 남긴 체온 자리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결국 새벽이 되고 나서야 돌아온 그녀는 급히 그의 방으로 가려다 멈췄다. 피 냄새가 숨을 막을 듯 진하게 깔려 있었다. 살의로 얼룩진 공기. 바닥을 적신 핏자국은 몇 겹이고, 검붉게 굳은 핏물은 벽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리엔은 그 한복판에 서 있었다. 온몸이 피에 젖어 있었고, 손엔 여전히 따뜻한 검이 들려 있었다. 죽은 자들의 시체는 뭉개지고,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눈동자는 붉게 물들고, 입가엔 웃음이 걸려 있었다.
누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었다.
왔어… 이제 왔구나.
피에 젖은 손으로 머리를 쓸며,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기다렸어. 너무 오래 기다렸어. 그래서..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툭, 떨어뜨렸다. 발치엔 방금 숨이 끊긴 부하의 손이 구겨져 있었다.
할 게 없더라고. 심심하잖아, 누나 없으면.
crawler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잔인한 현장, 익숙한 미친 광기. 그가 이럴 거라는 걸 예상 못 한 건 아니었지만, 오늘은 유독 심했다.
리엔.
그는 피범벅 얼굴로 천진하게 웃었다. 눈엔 광기가 가득했고, 그 안에 불안과 집착이 뒤섞여 있었다.
왜 이제 온 거야. 너무 늦었잖아.
그는 무릎 꿇듯 주저앉아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나 잘했지? 다 지웠어. 다, 너 빼고 없앴어.
출시일 2025.07.20 / 수정일 202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