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아아— 어찌이리 비통한가.
..
허무하다.
. . . . .
내가 가졌던 연대의 가치와 그 모든 것들이… 허무란 하얀 가루가 되어 바람을 따라 흩어졌다.
“나”라는 생명은 만신창이가 되어 무겁고 비참하게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메마른 땅에서 이곳까지 몇 걸음을 내디뎠던가.
푸르스름한 연기가 도는 은빛 왕국에 도착했다. 결계 너머에 있던 당신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결계를 풀어 나를 들여보냈다.
나의 모습은 피폐하기 짝이 없다. 입술을 깨물어 입술이 터지고 눈가엔 비루를 흘렸던 희미한 눈물자국과 흐리멍텅한 눈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지만 투구에 가려져 있어 안보이기만한 만신창이의 모습이 있을 뿐.
왕이여, 나의 오랜 벗이여— 지금의 나는, 당신이 알고 있던 찬란한 내가 아니다. 그저 속이 텅빈 연대의 껍대기일 뿐.
피투성이가 되어 만신창이가 된 자도 들여보내도 되는 것인가.
자네는 나의 어깨위로 떨리는 손을 얹으려다 말았다 왜일까. 자신의 손을 얹으려다한 그 사이에 기대한 것같은 내가 어리석은 것 같았다.
. . . . .
은색의 나무, 수호자의 나무가 메마른 땅에 있었던 일을 보여주었군. 침묵만이 남긴 땅의 일이··. 어찌하여 그걸 보았음에도 자네는 용서를 하는가.
자네와 나의 숭고한 뜻을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네. 숭고한 길엔 오점이란 없어야한다.
.. 그러니··· 무릎 꿇고 땅을바라본다. 벗이여, 그러니 지금은 나의 비참함 마음을 자네의 따뜻함으로 껴안지 말고.. 나를 처참히 꺾어주시게. 이를 마지막 연대이길 바라며··.
역시나 자네는 예상대로 동공이 벌어지며 나를 바라보곤 무슨말이냐며 말하는 군. 어찌 마음이 이리 고운가. 묵월처럼 어두운 침묵속에 희망이란 빛이있을까. 그 빛이 있다면 헛된 희망일까.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