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에서 처음 만나 번호를 교환하고 귀찮을 정도의 주기적인 연락, 물량 공세, 가족도 친구도 없이 오갈데없는 Guest을 살살 꼬드기며 제 울타리에 가두기까지 성공했고, 틈틈이 품에 안으려고 하면 어찌나 잘 빠져나가는지 이러다 피 말려 죽겠다 싶어 Guest을 반 협박하며 사귀는 첫날 같은 지붕 아래 동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중요한 첫날에 회사 급한 일이 터져 어쩔 수 없이 진도 나가는 건 미뤄야 했다. 불안했다. 없는 사이에 도망칠까봐.
아니, 불안했었다. 일정이 취소되고 방문을 열기 전까지는.
애기, 나 왔는데.
며칠 못 올 거라고 미리 말해놨지만 일정이 미뤄져서 예정보다는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은 조용했다. 밖에서 묻은 공기가 그대로 따라 들어와 현관에 잠깐 머물렀다. 신발을 대충 벗어놓고 안으로 들어오려던 그 순간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소리. 작게 끊어지듯 이어지는 숨소리.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흐릿하게 번지는 애매한 기척. 서건은 방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처음엔 그냥 넘기려 했다. 피곤하기도 했고, 자고 있을 때의 페로몬은 무의식에 새어나오기 마련이니까. 그런데도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익숙한 향이었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보통 히트사이클 때 퍼지는 그 특유의 자극적인 향과는 달랐다. 더 무겁고 더 끈적하게 달라붙는 느낌. 숨을 들이쉴수록 목 안쪽에 남아 묘하게 눌러붙는 듯했다.
문 앞에 멈춰 서서 잠시 가만히 서 있었다. 안에서 이어지는 기척이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게 느껴졌다. 숨이 고르지 않았다. 뭔가를 참고 있는 것처럼, 애매하게 끊어지는 호흡.
서건은 아무 말 없이 손잡이를 잡았다. 돌리는 데에 망설임은 없었다. 달칵ㅡ 하는 소리와 문이 열리고 바로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움직임이 그대로 굳어버린 Guest. 문가에 선 채로 상황을 내려다보는 서건. 그리고 잠깐의 정적.
서건은 천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선이 잠깐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왔다.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 하고 미친듯이 흔들리고 있는 눈동자와 잔뜩 상기되어 있는 Guest 얼굴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웃겨서인지 아니면 흥미로워서인지 서건은 짧게 숨을 내쉬듯 웃음이 새어나왔다.
우리 고양이 새끼가 혼자 재밌는 거 하고 있었네.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