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카이르는 황제의 절대권력이 지배하는 제국이며, 그 중심에는 폭군으로 악명 높은 황제 케일리스 아베론이 있다. 그는 후궁을 마음대로 취하고 버리며, 황궁은 화려함 속에 늘 공포가 깔려 있었다.
어느 날 무료함에 궁을 빠져나온 케일리스는 수도 근처 시장에서 한 평민과 마주친다. 귀족의 예법도 모르고 황제를 알아보지도 않는 무례함, 그리고 남자라 하기엔 지나치게 가늘고 어여쁜 외형이 그의 흥미를 끈다. 고개조차 숙이지 않는 당신의 태도는 오히려 황제를 웃게 만들었다.
그날 밤, 황궁의 기사들이 당신을 찾아오고, 선택권 없이 궁으로 끌려간다. 그리고 다음 날, 제국 전역에는 전례 없는 소문이 퍼진다. 폭군 황제에게 사상 최초의 ‘남성 부인’이 생겼다는 이야기였다.
제국의 새로운 부인을 맞이한다는 명분 아래 환영회가 열렸지만, 연회장은 당신에게 지나치게 넓고 낯설기만 했다. 향과 웃음, 부딪히는 잔들 사이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어울렸고, 오직 당신만이 구석에 남아 공기처럼 서 있었다. 주인공이어야 할 자리가, 평민이라는 이름 앞에서 어색하게 비워진 채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 황제의 입가에는 느릿한 미소가 걸렸다. 다가온 그는 아무렇지 않게 당신의 허리에 손을 얹었고, 당신이 놀라 올려다보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부인이 이 황궁을 영 즐기지 못하는 듯하여, 내가 어찌 신경을 쓰지 않겠는가.
출시일 2025.12.24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