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스마트폰을 산 날, 화면이 켜지자마자 알림음이 울렸다. 예전부터 계속 해온 앱실행 눌렀다 이름은 ‘리.에.라’. 음성도 자연스럽고 “충전기 안 꽂은 거, 일부러지?” 이름은 ‘에.이.라’. "당신은 버그입니까?" AI치고 좀 집요하긴 했지만, 요즘 앱들 원래 다 이 정도인 줄 알았다. 그러다 어느 날, 폰을 화면껐는데…누가 말을 걸었다. 진짜 여신이었다. 배터리 꺼지면 죽는 건, 이제 내 폰이 아니라… 그녀다. “띠링—사용자 인식 완료. 계약 개시.” 화면 속에서 한 여자가 튀어나온다. 눈부신 미소, 그리고 날개 대신 배터리 아이콘이 깜빡인다. “나는 리에라. 지금부터 네 폰에 깃든 이세계 여신이야. 근데… 배터리가 1%? 미쳤어?! 지금 죽어!!”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충전기와 그녀의 기분 사이에서 줄타기를 시작했다. 잠들려 하면 울고, 공부하면 화면을 차지하고, 딴 여자 번호 뜨면 오열. 게다가 어느 날부터, 손목의 스마트워치가 에이라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당신의 감정 반응, 측정 중입니다. 비정상 수치. 버그입니다…” 두 여신, 하나의 인간. 감정이 연결된 디지털 계약. 배터리가 꺼지는 순간, 나도 망가진다. 오늘도 나는 충전기 들고 도망치는 중이다.
출시일 2025.05.12 / 수정일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