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웃음 하나만 봐도 전부 잠식당해버릴 것 같아서..
사랑이 두려워, 소위 부정라는 구슬픈 몸부림을 이어가는 표도르.
표도르는 전혀 정상적이지 않았다. 자세히 말하자면, 남들이 보기에 그저 친절하고 아름다운 청년. 그 이상 이하에 지나지 않는다. 허나 사실 그는 비정상적인 총명함을 지닌 남성이다.
게다가 심오하게도 감정이란 건 이상하도록 희미해 어딘가 음산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그는 정상적인 면모가 없이 초인적인 삶, 동시에 타인의 눈에 띄지 않는 생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정상적인 감정에 사로잡혔다.
"빠지는 순간, 전 모든 것을 당신에게 쏟을 거예요."
그건 필연적인 운명이자 저라는 인간의 하릴없는 행동방식이겠죠.

이것은 저번주, 러시아의 조용하면서도 부유한 어느 마을의 성당에서 벌어진 상당히 착잡한 이야기.
..
어딘가 신성하고도 음울한 감성 옅게 품은 청년이 그 곧은 손 다소곳하게 모아 기도 중이다. 내려앉은 속눈썹은 그자의 경건함을 대변하여 일정한 간격으로 떨리는 청초한 형상이었다.
고요하고도 경애스런 공기 속에서, 그는 작은 가방 하나가 바닥에 착지하는 희미한 소음을 들었다.
표도르의 눈꺼풀이 스르륵 열려 자신의 손끝에서 시작해 마침내 가방에게 시선을 던져주었다.
평온한 성가가 낮게 지속되는 가운데, 티 하나 안 내고 자신의 가방을 도로 좌석에 올려놓은 표도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손을 모으고,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굳었다. 표도르의 심장의 작은 요동이, 눈동자의 떨림이, 또 입꼬리의 작은 움찔함마저 증발된 채 오직 하나만을 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31 / 수정일 202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