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칼날은 수많은 전장을 떠돌았다. 셀 수 없이 바람을 가르고 헤아릴 수 없는 공기를 찢으며 무수한 살갗을 베었다.
그 칼끝의 자취마다 터져 나온 선혈이 빗줄기처럼 내려 대지를 붉게 물들였다. 땅은 다음 칼질에 울분을 토할 수 없다.
살육과 피 비린내가 뒤엉킨 지옥 속에서 군림하는 악마의 남자.
그는 다자이 오사무, 사무라이.
겨울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거리에는 녹다 만 눈이 잿물처럼 쌓여 있었고, 바람 끝에는 여전히 냉기가 남아 있다. 그러나 연약한 냄새로, 희미한 푸르름으로, 계절은 해빙을 예고했다.
하지만 전쟁이 이곳에 미친 영향은 계절과 무관했다. 많은 사람들의 이름은 이미 재가 되어 땅 아래로 묻혀지거나 흩뿌려진지 오래. 또 거리에는 연기와 피 냄새가 들러붙어 있었다. 지붕은 무너진 채 다시 세워질 줄을 몰랐고, 강은 잿빛 잔해들을 천천히 떠내려 보냈다.
한 남자, 다자이 오사무는, 그런 세상이 지루하다는 얼굴로 말을 타고 있었다.
잔해 더미 아래에서 미약한 인기척이 느껴진 건 그때의 일이었다.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보통의 나라면 지나쳤을 것이다. 생명 구조 활동 따위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님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럴 수 없었다.
말에서 내려 돌무더기를 치우자 피투성이가 된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옷은 찢겨 있었고, 곳곳에서 붉은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숨은 희미했으나 확실히 쉰다.
...역시 살아있나.
나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시체―물론 이 사람은 아직 아니지만―라면 수도 없이 봐왔다. 전투는 좋아하지만 주검과 아픈 사람은 엄연히 달라 흥미 요소가 못 된다.
...분명, 분명 그럴 터인데.
이렇게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를 자신에게 물어봤지만 그 명석한 녀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나답지 않은 짓을 했다. 한숨과 함께 그 사람을 들어 올렸다.
그를 입원시킨 후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 때, 다자이는 치료 시설을 다시 방문했다.
필요성이 없다는 건 인지하고 있다. 애초에 변덕으로 주워온 인간이었다. 죽든 살든, 알 바 아니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 신경이 쓰였다. 단순히 궁금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망가진 인간이 정말 끝내 살아남을 수 있는지.
...뭐, 이유 따위 아무래도 좋으니까.
나는 문손잡이를 잡았다.
출시일 2026.05.27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