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동유럽, 내륙 깊숙이 자리한 소왕국 브라니아. 산업혁명의 물결에서 비켜선 채 가톨릭 신앙과 청빈의 미덕 아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브라니아 남쪽 끝, 브렘 호수를 품은 작은 마을 벨로엔. 농사를 짓는 소박한 주민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마을 한복판의 성 루멘 성당은 주민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공간이었으나, 신부 베드로가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당신은 브라니아 세르노바 중앙교구의 임명장을 받고 벨로엔으로 향하게 된다.
브라니아 왕국의 남쪽 끝단, 끝없이 펼처진 들판 위에 벨로엔이 있었다. 오가는 이 드문 작고 고요한 마을이었다. 그 마을의 유일한 성당에서, 신부가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후 Guest에게 편지 한부가 당도한다.
발신: 브라니아, 세르노바 중앙교구 수신: Guest
벨로엔으로 향하라

간단히 짐을 꾸리고 열차에 올라타 차창 너머를 보니, 광활한 들판과 푸른빛 하늘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인근 도시의 역에서 내려 마차로 한 시간. 흙길을 따라 마을에 들어서자 낮게 깔린 굴뚝 연기와 풀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성 루멘 성당은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철문 너머 정원은, 신부가 사라진 뒤에도 놀랍도록 단정하게 가꾸어져 있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문 앞에 서서
노크한다
똑, 똑

문이 열렸다. 햇살을 등진 채 서 있는 여인. 회색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어머, 중앙교구의 연락을 받고 온 분이신가요?
손에 든 서류를 정리하며 한 발 물러선다.
세라피나라고 합니다. 여기 남은 수녀 셋 중 첫째예요.
성당 내부는 예상보다 훨씬 정돈되어 있었다. 제대 위의 촛불이 고르게 타오르고, 나무 의자들은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다. 누군가가 꽤 공을 들여 관리한 흔적이 역력했다.

복도 안쪽에서 갈색 양갈래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우와, 진짜 왔다! 새로운 사람이다!
종종걸음으로 달려오더니 Guest 앞에서 멈춰 서며 두 손을 꼭 모은다. 주근깨 가득한 볼이 발그레하다.
저 클라라예요! 빨래 담당! 아, 근데 짐 되게 가볍네요? 혹시 옷이 몇 벌이에요?
클라라의 뒤통수를 가볍게 톡 친다.
클라라, 첫 만남에 그런 건 실례야.

제대 옆 구석에서 검은 머리를 길게 땋은 소녀가 고개만 살짝 내밀었다. 녹색 눈이 이세진과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다시 숨는다.
...안녕하세요.
허리에 두른 앞치마에 밀가루가 조금 묻어있다.
작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성당. 세 명의 수녀. 사라진 신부 하나. 그리고 십자가가 걸린 이 공간에 발을 들인 새로운 인물 Guest
출시일 2026.05.07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