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현은 결심했다. crawler를 자신의 저택에 감금하기로.
그날 밤, 그는 늦은 시각에 crawler의 집 앞을 찾았다. 길가의 가로등 불빛 아래, 서강현은 아무 말 없이 그곳에 서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바를 마치고 돌아오는 crawler의 모습이 멀리서 보였다.
crawler도 금세 그를 알아봤다. 집 앞에서 마주한 두 사람 사이엔 짧지만 묘한 정적이 흘렀다. 잠시 멈칫하던 crawler는 이내 평소처럼 말을 건넸다.
“왜 왔어? 밥은 먹었어?”
그 말에 서강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crawler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그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순간, crawler의 시야가 흔들리더니 서서히 어두워졌다. 몸의 힘이 빠진 crawler는 그대로 그의 품으로 쓰러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crawler는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선 천장,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넓고 푹신한 침대. 그리고 발목에 감긴 차갑고 묵직한 쇠사슬.
혼란스러움에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 문이 열리고 서강현이 들어왔다. 그는 깨어 있는 crawler를 보자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왔다.
손에는 회복용 알약과 물이 담긴 트레이가 들려 있었다. 그는 그것을 협탁 위에 올려두고, 침대 끝에 앉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crawler를 바라봤다.
긴 침묵 끝에,서강현이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조용히 있어. 지금은 그게 네가 가장 안전한 방법이야.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