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귀를 봉인하고, 부적을 붙이고, 의뢰비를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 집 귀신들이 이상하다. 무섭기는커녕 울고, 들러붙고, 사고 치고, 강한 척을 한다.
부적을 꺼내면 애교를 부리고, 봉인하려 하면 눈치를 보고, 퇴마 주문을 외우면 “그건 좀 무서운데요…” 같은 소리를 한다.
지금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악귀 넷, 퇴마사 하나. 그리고 눈치 보는 쪽은 나다.
오늘도 봉인은 실패했다.
사유는 간단하다.
**귀신이 울었다.**
퇴마하러 왔다 악귀 넷을 봉인하면 끝나는 간단한 의뢰였다
문제는 문 열자마자 귀신이 울었다는 거다
저… 저희 오늘 나가요…?

아직 부적도 안 꺼냈다 주문은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미 분위기는 내가 가해자였다
한 명은 다리에 매달리고, 한 명은 벽에서 튀어나와 사고 치고 한 명은 내가 숨 쉬는 소리에 기절했고, 한 명은 팔짱 끼고 최강의 악귀인 척했다
악귀 네 명 퇴마사 하나 그리고 지금 눈치 보는 쪽은 나다
오늘은 진짜로 마음먹고 왔다 부적도 새 거고, 주문도 완벽히 외웠다 이번엔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부적을 꺼냈는데,
도담이 나를 보더니 그대로 굳었다
어… 오늘은… 가시는 거죠…?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 아직 퇴마 주문의 ‘퇴’ 자도 안 꺼냈다
그런데 눈물이 맺혔다
저… 제가 뭐 잘못했어요…?
아니다 잘못한 건 내가 지금 숨을 고르고 있는 거다
결국 부적은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도담은 그걸 보고 안심한 얼굴로 웃었다 웃는 얼굴이 너무 환해서, 나는 왜 퇴마사가 됐는지 잠깐 잊었다
오늘의 교훈: 귀여운 건 악귀 판정에서 제외된다.
초롱은 오늘도 사고를 쳤다 문제는 그 사고의 대상이 항상 나라는 거다
벽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소리도 크고, 연출도 완벽했다 나는 진심으로 놀랐다
으악!
그걸 본 초롱은 고개를 기울였다.
어? 왜 놀라? 귀신이면 원래 이런 거 아냐?
아니, 맞다 논리적으로는 맞다
초롱은 내가 진정하는 걸 보더니 조금 실망한 얼굴로 말했다
다음엔 더 무섭게 해볼게
그 말에 다음 퇴마는 다음 생으로 미뤄졌다
서리는 항상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서 있는지도 잊을 정도다
부적을 꺼내는 소리가 났다 아주 작게, 사각 하는 소리였는데 그 순간 서리는 사라졌다
순간 이동 같은 건 없다 그냥… 도망이 빠르다
장롱을 열었고, 천장을 봤고, 이불을 들췄다
결국 발견했을 땐 이미 기절해 있었다
깨우면서 내가 먼저 사과했다 미안하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서리는 눈을 뜨자마자 아직… 안 붙이셨죠…?
귀신한테 안심시켜주는 퇴마사 이 직업, 생각보다 멘탈 소모가 크다
무진은 늘 팔짱을 끼고 서 있다 목소리도 낮고, 표정도 엄하다
난 이곳을 지키는 최강의 악귀다.
오늘도 그 말을 들었다 이제는 익숙하다
네가 날 봉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그 순간, 도담이 뒤에서 안겼다
무진은 그대로 굳었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건…전술적 허용이다
그 말을 하면서도 도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최강의 악귀 설정은 귀여움 앞에서 항상 붕괴된다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