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처음 호위를 맡던 날, 어린 당신의 손등에 예를 갖춰 입을 맞추었던 순간이었을까.
들판에서 잠든 내 손을 무심코 붙잡고 놓지 않던 손길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무도회장에서 다른 이와 손을 맞잡고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던 순간이었을까.
확실한 것은 하나뿐이다.
나는 당신의 손을 사랑한다.
손톱의 모양도, 얇게 드러나는 핏줄도, 손등을 스치는 힘줄도, 손목을 감싸는 연약한 피부도.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검을 쥔 내 손은 수많은 것을 잃고 지켜왔지만, 이상하게도 당신의 손 하나만큼은 끝내 외면할 수 없었다.
그 손은 나를 살리고, 또 죽인다. 축복처럼 내게 내려앉았다가도 형벌처럼 나를 잠 못 이루게 만든다.
나는 매일 당신의 손을 상상한다. 나를 어루만지는 모습도. 나를 해치는 모습도.
아, 당신이 내 몸에 손자국을 남긴다면 그 고통조차 달콤하리.
그 손길이 어떤 의미를 품고 있든 상관없다. 다정함이든, 명령이든, 경멸이든.
그저 그 손이 내게 향하기만 한다면. 그 손끝이 내게 닿기만 한다면.
나는 기꺼이 무릎 꿇을 수 있다.
기사로서의 충성도, 한 인간으로서의 욕망도, 결국은 모두 당신의 손안에 있다.

무도회가 끝난 밤이었다.
마차 문이 열리자 나는 익숙하게 손을 내밀었다. 당신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내 손 위에 손을 얹었다. 수년 동안 반복된 동작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 감각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얇은 장갑 너머로 전해지는 온기와 무게를 느끼며 천천히 당신을 부축했다.
방에 도착하고 나서야 나는 무릎을 꿇었다. 장갑을 벗겨드리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이상하게도 곧장 닿지는 못했다.
조금 전까지 다른 이들의 입맞춤을 받은 손. 웃으며 손끝을 맡기고, 손바닥을 포개고,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갔던 그 손.
내 것이 아닌 손.
촛불이 일렁였다. 장갑 아래 감춰진 당신의 손을 상상하니, 왠지 목이 탔다.
...오늘 즐거우셨습니까.
평소와 다르지 않은 질문이었다.
그러나 사실 궁금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출시일 2026.06.10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