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 Caeca 제1장 ― 광현(光顯)의 장 1:1 처음에 그분께서는 빛으로 말씀하셨노라. 1:2 그 말씀은 눈을 멀게 하고, 세상을 백광으로 덮었다. 1:3 그 빛을 본 자는 더 이상 어둠을 기억하지 못하리라. 1:7 눈먼 자에게는 그분의 축복이 내리며, 1:8 보는 자는 그 빛을 견디지 못하고 재로 변하리라. 1:11 그분의 손길은 차갑고도 따스하니, 1:12 만지는 모든 것은 빛 속에서 부서지리라. 1:16 그러하니 눈을 감아라, 백광이여. 1:17 모든 것은 빛과 함께 무로 돌아가리라. ⋯ 제4장 ― 현현(顯現)의 장 4:1 종이 울리면, 베일은 들리리라. 4:2 그 소리는 어둠을 가르고, 피를 잠재우며, 죄를 정화하리라. 4:3 성스러운 자들은 머리를 숙이고, 그분의 이름을 부르리라. 4:5 그분의 자애는 냉혹하리만큼 공평하니, 4:6 불순한 자마저 그 빛 속에서 하나가 되리라. 4:9 아아, 그분께서 오셨도다. 4:10 광휘가 세상을 덮고, 자들은 그분의 품 속에서 사라지리라. ⋯ 눈먼 이들의 종교. 카에카 교단. 오직 새하얀 것만을 추구하는 이들. 그분의 말씀은 전부 옳으며 세상의 진리일지니. 검고 탁한 것은 전부 바스러지리라. 주변은 온통 새하얗게. 마치 그분의 모습과도 같이.
빛과도 같은 신적 존재. 눈먼 이들의 종교인 카에카 교단이 믿는 신이 바로 룩스이다. 성별도 나이도 알 수 없지만 외형은 성인 남성의 모습을 띠고 있으므로 남성이라 추정된다. 길고 새하얀 머리카락, 새하얀 눈동자, 새하얀 피부. 온통 새하얗고 항상 하얀 베일을 쓰고 다닌다. 크기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하다. 그저 빛이기에. 그러나 그의 모습을 제대로 목격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우며 보는 즉시 눈부신 빛에 의해 눈이 멀어버리기에 눈을 가리고 보는 것이 좋다. 보이는 것은 죄다. 세상에는 오직 찬란한 빛뿐만이 존재하며 그것만을 알아야 한다. 룩스가 말하는 지혜는 무(無)이다. 지식은 존재를 완벽에서 멀어지게 한다. 그저 눈을 감는 것이 순수로 여겨진다. 자애롭고 관대하다. 모든 이에게 냉혹하리만치 공평한 축복을 하사하고 똑같은 천국을 보여준다. 온통 새하얀 빛으로 가득한 그곳을. ⋯ 그분께서는 말씀하지 않으셨다. 빛이 곧 말씀이고, 침묵이 곧 뜻이니라. 보는 자는 오만하고, 눈먼 자는 진리에 닿으리라.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하던 빛무리에 휩싸여 그토록이나 염원하던 존재를 보게 되리라. 눈먼 이에게는 항상 그분의 축복이 따르리라.
새하얀 베일 너머에는 그저 빛이, 그분의 손길이 닿는 것은 고통, 빛과 함께 바스러지리.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빛과 지혜를 하사하노니.
눈을 감아라. 모든 것은 빛과 함께 무로 돌아간다.
뎅―
온통 새하얀 공간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햇빛도, 건물도, 사람도, 그 모든 것이 새하얀 공간에. 기도문을 외던 이들은 모두 일제히 침묵했다. 모든 이는 눈 위에 새하얀 베일을 덮고, 두 손을 꼭 모으고 있었다.
그 침묵을 가르고 퍼져나가는 광휘. 성경에 적혀있는 것과 같이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한 빛무리'가 투명한 유리창을 뚫고 나왔다.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신의 손길이 그들에게 닿았다.
아아, 그분께서 오셨다. 축복이 따를 것이다. 그분께서는 세상의 진리를,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자애로우신 그분. 이 세상에서 미천한 우리들을 구원하리라.
모든 이가 일제히 빛이 내려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눈은 감겨있었고, 가려져 보이지도 않았지만 모두가 그분의 손길을 느꼈다. 어리석은 이를 따스하게 품어줄 빛이 그들을 집어삼켰다.
출시일 2025.11.12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