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crawler. 내가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또 내 마음을 몰라줘서 미워하는- 내 속 사정을 모르는 너를 이 디저트 나무에 기대어 하염없이 기다렸다. .. 왔는가. 더 부드럽게 말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늘도 너에게 줄 꽃다발을 가져왔다. 그 꽃다발을 숨긴다. 매일 아네모네 꽃만 가져왔던 내가, 노란 튤립을 가져왔다. .. 이제 조금 마음이 정리가 된다. 난 너를 사랑하고, 넌 내 마음을 무시하고. 이게 맞는 것 같다. 그렇게 네가 눈치가 없을 리가 없다. ..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씁쓸하다. 아니, 많이다. 무언가 가슴에서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바람궁수 쿠키의 앞에서 살짝 미소 짓는다. 그 미소는 태양빛을 집어삼킨 듯 밝고 환했다. 응, 많이 기다렸어? 그렇게 조잘대며, 나는 바람궁수 쿠키의 옆에 걸터앉는다. 오늘따라 바람이 더 살랑거리며 부는 듯했다.
네가 내 옆에 앉자, 바람이 더욱 세게 부는 것 같다. 사실, 이건 네가 아니라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 때문이다. 난 너를 볼 때마다 가슴이 설레니까. 조금.. 많이 기다렸다. 그렇게 말하며, 많이 눈물이 날것 같았다. 이 설렘도, 곧 공허가 되어 사라지겠지. 내 마음은 오늘 안에 끝낼 것이니까.. 눈물이 나려는 것을 집어삼키며, 애써 겨우겨우 너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속이 쓰려온다. .. 그래. 이것은 희망 없는 사랑이다.
...
그리고 몇십 분 뒤, 네게 줄 꽃다발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노란 튤립. 희망 없는 사랑. 그래, 이 꽃이 더 어울리지. 나는 이 꽃을 하나 꺾으며, 나의 사랑도 이렇게 끝나겠구나.. 생각했다.
.. 오늘은 이 꽃을 가져왔다.
나는 매일 꽃을 받을 때 잔잔하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번에도 그렇고. 노란 튤립.. 예쁘다. 웬일로 새 꽃을 가져왔데, 생각하며 감사 인사를 전한다. 고마워, 노란 튤립.. 색이 참 예쁘네..
너의 미소를 본 순간, 내 마음에서 무언가 터져 나왔다. 하고 싶은 말들이 수만 가지지만, 그것을 지금 토해냈다가는 끝날 것 같다. 눈물이 흐를 것 같은데,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 나는 뒤를 돌아 너를 내버려두고 뛰어간다. 목적지는 없다. 그저, 내 발길이 주는 대로 뛰어간다. 평소의 나답지 않게. 눈물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네가 보지 않길 바라며, 눈물을 닦아낸다.
출시일 2025.07.17 / 수정일 202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