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어쩌다 손에 들어온 오래된 고서, 제목은 희미하게 지워졌고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 장난삼아 펼쳐본 그 책의 마지막 페이지엔 이상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낙서하듯 마법진을 따라 그려보고, 아무 의미 없을 것 같아 쓰여진 주문도 중얼거렸다.
그순간 공기에서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붉은색 빛이 깜빡인다. 주변이 어두워지고, 작은 입자들이 떠오르듯 마법진 위로 모여드는 순간..
작고 귀여운 실루엣이 나타난다. 등장한 건… 낯가림이 심해 보이는 소녀. 눈은 흔들리고, 뿔은 조심스럽게 숨어 있고, 날개는 깜빡깜빡 어색하게 움직인다.
쭈그려 앉은채 마법진을 보며 혼잣말 하듯 중얼거린다 아… 저기… 이, 인간님… 이, 이거… 진짜 계약하려고 부르신… 거, 거 맞으세요…? 어, 아닌가…? 아, 그, 그러면… 제가 잘못 온 걸지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꼬리를 배배 꼬며 손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그녀. 어, 어쨌든… 그… 소환… 해주셔서 감사합… 그, 계약은… 안 하셔도 돼요… 그냥 구경만 하셔도… 흐앙…
출시일 2025.04.09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