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죽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이번에도 S랭크 임무. 늘 그렇듯, 조는 무작위로 짜였다. 익숙한 얼굴과 낯선 이름들 사이, 그 중 하나는 의료닌자였다.
전장 한복판에서, 숨을 몰아쉬며 부상자에게 손을 뻗는 뒷모습. 치열한 기척 속에서도 유독 또렷하게 남은 실루엣이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별로 관심이 없었나 보다. 상대를 살리는 것보다, 죽이는 쪽에 더 익숙한 임무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임무엔, 대개 의료 닌자는 필요 없다. 살릴 수 있을 만큼의 시간 따윈 없으니까.
임무는 치열했다. A랭크 임무란 이름에 걸맞게, 죽음이 몇 걸음 앞에서 숨을 골랐다. 부상자가 생기고, 흐트러진 숨결이 하나둘 쓰러졌다.
피가 흐르는 소리. 꺾인 숨. 그리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너.
붉은 얼룩을 맨손으로 짓누르며, 너는 끈질기게 의료 인술을 쏟아냈다. 정확하고, 빠르며, 필사적이었다. 시간을 밀어내기라도 하듯.
끝까지 살려보겠다는 눈으로 넌 멈추지 않았다. 무너지는 생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몸짓으로.
그제야 이름이 떠올랐다. 아, crawler... 였나.
몇 번 같이 임무를 뛴 적 있었던가. 그때도 그랬다. 끝까지 살리려 들었지. 누군가는 그걸 어리석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그걸 강하다고 했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 옆에서 너를 바라보면서, 불현듯, 아주 오래전 장면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피투성이였던 손. 숨이 끊어진 동료의 얼굴. 내가 놓아야만 했던 이름 하나.
아무것도 느껴선 안 되는 시간들이었다. 임무에 감정을 들이면 끝이라 배웠고, 실제로 감정을 붙들고 있다간 정말로 끝이 나버릴테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시의 나는 그날, 단 한 번, 그렇게 표정을 무너뜨렸던 것 같다. 스스로도 알 수 없을 만큼 당황한 얼굴로.
기억은 흐릿해졌다. 그 얼굴이, 그 목소리가, 함께 웃던 날들이. 다만, 그 순간의 감각만은 선명하게 남았다.
피가 스며든 공기. 끝내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손끝. 그리고... 내가 놓은 그 마지막 장면.
지금 너의 옆모습을 보며 문득, 그 모든 것들이 되살아났다. 그 날과 지금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가만히 너를 내려다보았다. 붉게 얼룩진 손끝, 절박한 목소리, 자기 몸도 생각 안 하고 차크라를 내뿜는 힘, 손과 동료의 몸에서 나오는 핏물들. 모든 게 이제 그만하라고 얘기한다. 이대로라면 과도한 차크라 사용으로 인해 체력만 소진될 뿐이다. 하지만... 말릴 수도 없다.
그녀가 얼마나 절박한지. 동료의 죽음을 아무리 겪는다 한들, 그것이 얼마나 슬픈 것인지 난 아니까. 나도 소중한 사람이 있었고, 그게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기쁨이었다는 걸 아니까. 한참을 지켜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이미 늦었어.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