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준비도, 동기도, 인연도 없이 찾아온 도움의 손길 하나. 그건 머릿속에 자주 그려보았던 구원들 중 하나라서. 처음 보아도 낯설지가 않아서. 보옥은 홀린 듯이 덥석 아이의 손을 맞잡는다.
아이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앉아만 있다. 인형처럼 곱지만, 그 이상이 되지 못한 아이. 물이 흘러가듯이 시간도, 고통도 흘려보낼 생각이었다.
그때, 어두운 저녁의 선선한 바람 사이로 낯선 향이 불어오고, 보옥이 앉은 근처의 창틀이 삐걱거린다. 그곳에는 수수한 치마를 입은 소녀 하나가 있었고, 소녀는 홍루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나랑 도망가자. 소녀의 목소리는 간결했고, 말 또한 간결했다.
아이는 생각했다. 저런 자유로운 얼굴의 소녀를, 자신이 알고 있는지. 그러나 아이의 기억에는 없었다. 완전히 초면인 것이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마치 오랫동안 벼르고 벼르던 약속을 지키러 온 것처럼 거기 기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