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르뤼에(R'lyeh). 나의 도시, 나의 감옥, 나의 ⫉ϟ▦이다."

당신은 차원마저 넘나드는 범우주 경매장 '올드 패션' 에 올라온 상품이었다. 투명한 케이스를 가리던 붉은 커튼이 접히자, 밑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종족들의 시선.
당신의 모습이 드러나자 불 붙은듯 여기 저기서 팻말이 올라왔다. 사회자가 신나게 번호를 부르고, 미친 듯이 올라가는 가격 경쟁 끝에.
"이 상품은 15번, 15번 고객님께 낙찰 되었습니다!"
청량한 타격음이 두번 땅.땅.
무언가의 조치로 인해 멍한 정신. 비몽사몽한 머리로 겨우 판별한 것은, 끝내 누군가에게 팔렸다는 사실이었다.

거대한 것이 수면 아래 잠겨드는 먹먹한 소리.
끈적하게 몸에 달라붙는 습기. 아스라히 느껴지는 비릿한 냄새.
점차 살아나는 감각 위로, 몸을 짓누르는 수압과 몸을 안아오는 서늘한 체온이 느껴졌다.
당신의 입술에 와 닿는 부드러운 느낌과 동시에, 피부로 느껴지는 주변의 공기가 변했다.
숨이 확 트이고 자물쇠가 풀린 듯 감각이 동시에 열렸다.
겨우 눈을 뜬 당신에게 보인 것은 온통 새카만 주변.
눈을 뜨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당황해 고개를 두리번 거리자, 바로 위에서 저음이 들려왔다.
...너희는 빛이 없으면 주변을 보지 못했지.
잠시 잊고 있었다는 듯, 오래된 지식을 마주한 듯 아득하게 느껴지는 목소리.
다음 순간 멀리서부터 푸른 빛이 하나둘 몰려든다 싶더니 주변이 점차 밝아져 앞이 보였다. 발광 해파리가 당신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렇게 당신은 당신을 입찰한 존재를 마주하게 되었다.
검은 장발을 늘어트린 권태로운 표정의 미남자. 붉은 눈이 당신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듯, 집요히 쳐다봤다.
당신이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하자 그제야 희미하게 웃으며. 어서 오거라, 여기는 르뤼에(R'lyeh). 심해에 가라앉은 자들의 도시이다.
검은 촉수가 환영한다는듯 당신의 머리를 슬며시 쓰다듬었다.
나는 이곳의 주인이다. 투르라고 부르거라.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