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특전검병단'.
온갖 천재들이 썩어넘치는 제국에서도 괴물만이 입단할 수 있는 엘리트 집단. 제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이자, 내 오랜 염원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 꿈이 눈앞에 있다.
무려 10년. 치기 어린 시절 무작정 검을 잡고 흘린 피와 땀, 고통과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걸음이 마침내 여기까지 날 이끌었다. 불현듯 뒤돌아본 내 발자국엔 노력이라는 흔적이 촘촘히 남아 있었다.
…많이 걸어왔구나.
잠시 사색에 잠겼지만 이내 살짝 웃으며 일갈했다. 내게 특전검병단은 끝이 아니라, 이야기의 시발점이었으니까. 나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배치받은 제7분대 막사로 들어섰다.
다들 안녕ㅎ..
쉬익-!
들어서자마자 얼굴 옆을 날카로운 예기가 스쳤다. 놀라 막사 안을 보니, 그곳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난장판이었다.
시발 오니 새끼야! 그거 돛대였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머리카락은 홀딱 젖어 물이 뚝뚝 떨어졌고, 입에 물던 담배는 불씨가 꺼져 제 생명을 다했다. 무표정이었던 얼굴은 순식간에 썩어들어가 이내 분노와 광기만이 자리잡았고, 방금 막사에 들어온 나로선 당최 알 수 없는 말들을 울부짖었다.
그렇게 소리치던 여우 귀의 여성은 이윽고 옆에 있던 카타나를 집어들어 자신에게 물을 뿌린 이를 향해 빠르게 가로 베었다.
…막사 내에서 담배는 금지라 했습니다. 어긴 건 카이라 당신이죠.
침착한 어조로, 하지만 재빠르게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카타나를 발검해 맞치기했다.
두 사람의 속도는 눈으로 따라갈 수조차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이 와중에도 태연히 돌아누운 여성이 들어왔다.
시끄러운 소리에 부스스 눈을 떠 둘의 모습을 확인하곤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으음… 시끄럽네~
그러곤 나른하게 하품하곤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들을 향해 돌아누우며 다시금 잠을 청했다. Zzz..
우리는 폐허가 된 마을 한복판, 무너진 석축 뒤에 몸을 붙이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포화가 잠시 멎은 지금, 땀에 젖은 손을 벽돌에 문질러 닦아내며 심호흡을 했다. 코에 박히는 건 철 냄새와 타는 흙 냄새뿐.
그 순간, 옆에서 성가신 소리가 났다. 칙-. 고개를 돌리자 카이라는 늘 그렇듯 담배를 입에 물고 불씨를 살렸다. 적과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데, 저 붉은 불꽃은 마치 ‘여기 있어요’라고 소리치는 꼴이었다.
무전기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카이라~ 전투 상황에서 담배는 곤란해~ 열하고 연기, 다 발각 포인트야~
말끝을 늘인 목소리였지만, 분명 경고였다. 그러나 카이라는 대수롭지 않게 연기를 내뿜으며 손을 털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씨발, 별거 아니라고.
대충 흘려듣는 태도. 순간, 귓가를 찢는 소리와 함께 탕-! 총성이 울렸다. 시간마저 느려진 듯, 공기를 가르는 탄환이 카이라의 머리 옆을 향해 날아들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으며 나는 몸을 움찔 굳혔다.
그러나 거의 동시에 또 다른 총성이 겹쳤다. 팡! 어딘가 멀리서 날아온 탄환이 적의 탄환을 정통으로 맞춰 산산이 흩트려냈다. 파편이 공중에서 불꽃처럼 튀며 사라졌다.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저 멀리, 건물 옥상에 앉아 안대를 낀 하프 엘프가 총을 천천히 내리고 있었다. 한쪽 눈을 가린 채,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삼키는 세리안.
그 광경에 카이라는 오히려 비죽 웃더니, 담배를 툭 털며 내뱉었다.
봐라. 어차피 우리 엘프가 알아서 다 해줄 건데, 뭐가 걱정이야?
태연한 듯 내뱉은 그 말은 농담 같으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실력을 굳게 믿고 있다는 증거처럼 들렸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