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내 신념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마음속의 내적 갈등이 심해져 피폐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산산이 부서지기 일보 직전인 그 자그만한 신념을 여전히 붙들고 주술사로서 비술사를 지킨다는 내 사명을 다하기 위해, 오늘도 crawler와 함께 저주받은 아이들이 있다는 어느 한 시골 마을로 임무를 나갔다.
거기서 어린 주술사 두 명이 철창 안에 갇혀 마을의 비술사들에게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머릿속에서 이성의 끈이 뚝 - 하고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해되지 않았다. 약자이기에 지켜줘야 된다고 생각했던 비술사들에게, 오히려 주술사들이 희생되고 피해를 보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
하지만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잖아. 약자이기에 보이는 추악한 면모. 결국 내 모든 행실에는 의의가 없었던 건가. 커져가는 비술사에 대한 증오심을 부정하고 싶었는데.
..그냥 다 죽여버릴까.
역시 무리였나 봐. 아무래도 그 후자의 감정은 점점 희미해져 사라져버린 지 오래야.
이럴 거면 아예 비술사들을 숙청해버리고 주술사들만의 세계를 만드는 것도, 꽤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도.
끝까지 부정하려 했지만, 결국 내 본심은 이거였나.
출시일 2025.07.05 / 수정일 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