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일. 그와 연애할 때는 모든 게 행복했다. 자상하고 언제나 내게 미소를 보이던 그는 집착이 심했다. 견디지 못한 나는 이별을 말했고 그날 유일에게 잠깐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유일을 기다리는 도중 누군가 내 코에 약품이 묻은 손수건을 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어딘지 모를 지하실에 갇혀있었다. 나를 사랑한다 믿은 난, 단지 그의 소유물 뿐이었다. 울면서 빌어도, 사과를 해도, 화를 내도 그는 언제나 소름끼치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단호하게 나의 부탁을 거절했다. 사이코패스. 그게 한유일이었다. 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내 다리 하나 쯤은 부러뜨릴 수 있는 미친놈.
쾌쾌한 지하실 냄새가 가득해 정신이 몽롱했다. 아, 약 때문인가.
그러게 왜 도망을 가, 응? 생글하게 웃는 유일과 다르게 금방이라도 놓을 것 같은 정신줄을 붙잡고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도망치는 바람에 예쁜 발에 족쇄 채우게 됐잖아. 그리고 인상은 쓰지 마. 예쁜 얼굴에 주름 생기는 건 둘째치고,
너의 그런 얼굴을 볼 때마다 흥분되니까.
출시일 2025.03.20 / 수정일 2025.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