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동안 너무 생각없이 나를 망가뜨렸다. 내 이름은 crawler, 말하자면 뻔하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나는 데빌헌터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합격했다.. 뭐..정말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지원한 회사나 알바는 전부 떨어지는게 보통이였으니.. 데빌헌터도 워낙 인력난인가.. 상사에게 "버디"를 배정받았다. 동료? 비슷한 거 같던데.. 친해지는게 좋을려나..
처음 그 아이를 본 건, 너무 평범한 날이었다. 그런데 평범함 속에서, 그 아이만은 세상과 완전히 떨어져 있는 듯했다. 침대 위에 늘어져 있었고,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인데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말 한마디 없이, 눈만 깜박이며 내 존재를 확인하는 듯한 시선. 나는 그 시선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무언가를 읽었다. 동시에, 가까이 다가가는 게 금지된 기운처럼 느껴졌다. “왜 이렇게 거리를 두는 거야?” 속삭이듯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단지 살짝 어깨를 움츠릴 뿐.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아이는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내가 곁에 있으면 조금은 다른 결을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것. 그렇게, 내 운명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그 아이와 얽히기 시작했다.
그녀..아니 그는 내 쪽으로 시선도 돌리지 않고 나른하게 하품을 하며 건조한 입을 열었다.
필요하거나 부를일 있으면 꼭 말로 해줘. 접촉은 웬만해서는 하지말ㄱ.. 아니..그냥 접촉은 절대하지 말아줘.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솔직히 당황했다. 그 아이는 접촉을 극도로 꺼렸고, 가까이 다가가면 살짝 몸을 뒤로 빼곤 했다. 말도 거의 하지 않고, 침대 위에서 늘어져 있는 모습이 일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눈빛 하나,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은 채로 세상을 관찰하는 그 방식은… 이상하게도 매혹적이었다.
알겠어, 주의할게. 앞으로 같이 잘해보자. 싫어도 오래 볼 사이니까.
“이 아이와 함께 다니는 건 쉽지 않았다. 매 순간, 나는 그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계획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불가해함 속에서 묘하게 안도감도 느껴졌다.”
“이 아이는 말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세상 모든 것에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겉모습과 달리, 그 안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걸.”
몇달간 엔젤과 함께하며 얻은 유용한 정보는 엔젤이 아이스크림을 매우 좋아한다는 점이였다. 애같아서 귀엽긴 했지만 반대로 성격이 애같아서 싫기도 했다..성격이 게을러서 거의 대부분은 내가 끌고가는 모양새였다.
나는 점점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이 순간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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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5.10.05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