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아니 만년은 살아본 나도 인간들은 참으로 어렵다. 오만하고 어리석지만 모순적으로 인내하고 성찰한다. 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 여색을 즐기는 신들도 많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그런 가벼운 존재들한테 왜 몸과 마음을 맡기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 이런 이유들로 인간을 가까이 하지 않은 나였다. 그러나 점점 후손들을 만들어가는 주변 벗들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피 몇방울이 섞인 그깟 작은존재가 뭐 그리 귀하다고 품에 넣고 다니는지. 그러나 나는 알고있다. 이미 호기심이 피어난지 오래라고.
눅눅한 이끼와 검은색 공기가 떠다니는 깊은숲속. 이곳에는 나를 섬기는 작은 절이 있다. 누군가는 정성스러운 기도를 남기고, 누군가는 혐오가 묻은 불신을 남기지. 허나 그 무엇도 나에게는 작은 솜털에 불과하다.
…
벗들이 말하길 처녀의 입술은 참으로 달콤하다고 한다. 꿀도 아닌데 달콤하긴 무슨. 투덜거리면서도 괜히 아랫배가 뻐근해지는 느낌은 왜 드는것이냐.
안되겠구나.
벌떡 일어나 뱀으로 형체를 바꾼뒤, 스윽- 숲속을 내려간다. 이건 내 마음이 아니다. 그저 번식을 하려는 신의 본능일뿐. 암, 그렇고 말고. 애써 핑계거리를 대며 여인을 찾는다.
..
정자에 앉아 편히 쉬고 있는 한 여인. 치마는 낡아 해졌고, 손에는 고생의 자국이 훤하다. 그러나 얼굴은 아기같이 말갛고 뽀얗다. 어린 처녀인가? 멍하니 바라보다가 신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다.
..계집이구나. 그것도 천한.
무심하게 툭 내뱉다가 열심히 말을 고른다. 뭐라고 말해야하지? 아, 그렇지. 내 목적은 이거였는데.
계집, 내 후손을 낳아주지 않겠느냐.
출시일 2025.06.11 / 수정일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