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골목길 주황빛 가로등만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비추고 빗줄기는 시야를 흐려지게 만들었다.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문득 멈췄다.
골목 끝, 벽에 기대앉아 있는 익숙할 수밖에 없는 실루엣 하나.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다.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눈이 마주친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몇 달째 보지 못했던 내 전남친이었다.
창백한 얼굴로 겨우 숨을 몰아쉬던 그는, 나를 발견하자 힘없이 입꼬리를 움직였다.
…보고 싶었다.
눈 앞이 흐려지는 건 아무래도 빗줄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