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원한건 사치스러운 드레스도, 사람들의 환호와 찬미도, 하다못해 자신을 사랑하는 백마 탄 왕자님도 아니었어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젖은 흙바닥 위를 정신없이 뛰어온 탓에 발바닥은 이미 다 까져 있었다. 어느 순간 벗겨진 신발 한 짝은 뒤돌아볼 틈도 없이 내버려둔 채였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 안이 뜨겁게 타들어갔다.
나무를 붙잡듯 기대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손끝이 떨렸다. 다리 힘도 점점 풀리고 있었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어둠 사이에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 동야호를 어깨에 걸친 채 흐트러진 숨 하나 없이 느긋한 얼굴. 그리고 그의 손엔—
내가 뛰다 벗어뜨린 신발 한 짝.
그는 그걸 가볍게 흔들어 보이더니,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신발은 떨어뜨리지 말았어야지.
한 걸음.
그가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찾기 엄청 쉬웠거든.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