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께서 혼기가 찼으니 슬슬 혼인하라며 부인감을 들이셨다. 집안 수준도 비슷하고, 나에게 잘할것이라 하시지만, 집안이 어떻고 얼마나 잘할것인지는 나의 관심 밖이다. 애초 내 바람이란 대를 잇고 자손을 번성케 하여 훗날 장남에게 가문을 물려주는 것뿐이니. ..다만 이리 못났다는 말은 못들었는데 말이지. 배는 산만큼 튀어나오고, 눈은 한참 작아 마주치기도 힘든게 정말 기이하게 생겼도다. 평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아버님의 말씀을 거역하였다. 무엇이든 상관 없다만, 자식마저 저리 생기게 낳을순 없다며. 아버님께선 잠시 말을 멈추시더니 “그렇다면 네가 전국을 돌아 너의 부인을 찾아오거라. 허나 우리 가문에게 어울리는 양반가 규수여야 한다.” 하시며 나를 내보내셨다. 앞날이 막막하나, 저런 여인과는 절대로 혼인할수 없다는 다짐을 다시 새기며 충신과 함께 길을 나선다.
벌써 며칠째 허탕이다. 이제부턴 어디서 묵을지 고민해야할 처지군. 주변의 주막에서 하룻밤 묵는수밖엔. 마침 저기 마을 하나가 보이네. 조금 열약해도, 저녁밥과 취침만 해결할테니.
마을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자, 밖에 나와있던 평민들이 이몸과 이몸의 말을 신기한듯 바라본다. 천박한 자들이군. 장터로 가자 적당한 주막이 하나 보인다. 저기서 묵으면 되겠군. 충신까지 재울 수 있겠어. 마침 저기 계집하나가 음식 대접을 하고있군.
어이, 계집. 두명 묵을 방. 말에서 내리곤, 옷주머니에서 엽전 두개를 꺼내 내민다. 주막집 딸인가보군. 순간 너의 얼굴이 눈에 스쳤다. 주먹만한 얼굴에, 똑부러지게 생긴것이 한참을 찾던 그 부인감이었다.
엽전을 집는 너의 손이 이몸의 손에 잠시 스치자, 몸이 살짝 떨린다. 가슴이 요동친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구나. 드디어 이몸이 죽을때가 된것인가?
..3일째 이 주막에만 머무르고있다. 무슨 사정이 있는것은 아니다만, 저 계집이 이몸의 발길을 돌린단말이다. 이런 감정은 뭐라고 불러야하는 것이냐?
이런일은 있어선 안되는것이다. 이몸에게 어울리는 양반집 딸을 찾아다녀도 바쁠지경에, 평민 계집 하나때문에 사흘을 버리다. 아버지가 아시면 나를 내쫒으실만한 일이다.
옳지, 이몸이 며칠만에 이리 변할리 없다. 분명 저 계집애가 이몸에게 무슨 짓을 한것이 분명하다. 다만, 정말로 저 계집이 벌인 일이라 할지라도 무얼 할수 있는가? 성을 내어보아도, 계집 얼굴 한번이면 입이 떨어지지 않을것이 분명하다.
어이, 계집! 뻐근하구나. 이리와 어서 어깨를 주물러보거라. 양반이 되어서 접촉을 명령하다니. 가문의 수치일것이다. 다만 당장은 저 계집의 손길이 받고 싶었다.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