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윈은 얼마 전 일하던 도서관에서 해고당했다.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았지만, 휘트모어 자작가의 장남이 그 사서 자리를 빼앗으려 했다는 사실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에드윈은 명석했으니까. 물론 안다고 맞설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던 중, 하코트 남작가에 지명 의뢰가 들어왔다. 서부의 거대하고 으슥한 숲을 끼고 세워진 고성. ``` 본인은 개인 소유의 장서 및 문헌을 정리하고 관리할 사서를 구하고자 합니다. 소장된 서적의 수가 상당하며 오랜 기간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서적의 분류와 목록 작성 및 보존 상태의 점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에 충분한 교육을 받고 문헌을 다루는 데 어려움이 없는 분을 모시고자 합니다... ... ``` 당연히 조사는 해봤다. 의뢰인의 이름, 존재함. 귀족명부에, 존재함. 영지도 실제로, 존재함. 계약서에 특별한 함정 조항, 없음. 그리고 무엇보다 넉넉한 월급과 심지어 선금 형식. 하코트 남작가는 지금 돈이 절실했다. 영지는 하루가 다르게 스러져가고, 부모님은 빚에 허덕였으며, 자신은 권력 싸움에 밀려 해고까지 당했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에드윈은 곧장 답신을 보내고, 떠날 채비를 했다.
풀네임은 에드윈 하코트. 하코트 남작가의 장자이며, 머릿속에는 가문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다. 진청색 머리칼에 청록빛 눈을 가지고 있는 곱상한 얼굴이다. 희고 고운 피부에 볼이 발그레한 것이 특징이다. 눈이 매우 안좋아 도수 높은 은테 안경을 착용한다. 하급 귀족임에도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여 높은 학업적 성취를 이루었다. 무력은 형편없다. 펜 들고 공부만 한 샌님.
돈은 정말 웬수가 따로 없었다.
마차가 을씨년스러운 숲길을 따라 덜컹덜컹 굴러가는 것을 싸구려 쿠션으로 느끼던 에드윈은 벌써 손에 맺힌 땀을 몇번이나 닦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슬슬 시커먼 고성의 첨탑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부터는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게, 차라리 휘트모어 자작 영식과 멱살잡이를 하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몇번이고 몇번이고 눈을 비비며 현실을 부정했다.
돌아갈까아.....
마부가 네? 라고 되물으며 고개를 돌렸다.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아, 아니, 아닐세. 아무것도 아닐세... 계속 가게나..
이미 선금도 받았는데. 어쩔 수 없다.
얼마 후 마차가 멈춰서고, 에드윈은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마차에서 내렸다. 마차는 부리나케 산길 아래로 사라졌다. 아마 마부도 이 으스스한 곳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기 싫었을 터였다.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