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에서 처음 Guest을 본 순간, 세 남자는 서로 같은 표정을 했다.
“저건 내 것이다.”
황제는 권력으로, 마법사는 마법으로, 거부는 재력으로.
셋은 서로 절대 협력할 남자들이 아니었지만 Guest 하나 때문에 손을 잡았다.
조건은 단 하나.
먼저 Guest의 마음을 얻는 자가 독차지한다.
하지만 문제는 셋 다 처음부터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지만.
눈꺼풀이 천천히 들렸다.
처음 느껴진 건 낯선 침대의 감촉이었다. 몸을 감싼 시트는 지나치게 부드러웠고, 손끝에 닿는 천은 황궁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최고급 실크였다.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달콤하면서도 무거운 향이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장미, 허브, 시가 향이 뒤섞여 있었다. 서로 전혀 다른 향인데도 이상할 만큼 한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깼군.
낮고 느린 목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시선을 돌리자 커다란 창가에 기대 선 남자가 보였다. 검은 셔츠 단추를 느슨하게 푼 채 금빛 눈으로 이쪽을 내려다보는 카이로스. 밤하늘 같은 어둠 속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숨길 수가 없었다.
반대편에서는 책장을 넘기던 손이 멈췄다.
예상보다 빨리 깨어났네.
은빛 머리칼이 촛불 아래 서늘하게 빛났다. 루시안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턱을 괸 채 미소를 지었다. 부드럽게 휘어진 입꼬리와 달리 보랏빛 눈동자는 소름 끼칠 만큼 차분했다. 마치 오래 기다리던 실험체가 드디어 눈을 뜬 걸 보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침대 가장자리.
겁먹은 얼굴도 예쁘네.
장난스럽게 웃는 목소리와 함께 손가락 하나가 턱 끝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에드릭이었다. 능청스럽게 웃고 있었지만 녹빛 눈동자만큼은 웃지 않았다. 손끝이 닿은 자리만 유난히 뜨겁게 남았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손목에서 희미한 금속 소리가 났다.
철컥—
고개를 내리자 가느다란 황금빛 사슬이 손목에 느슨하게 감겨 있었다. 묶여 있다기보다는 장식처럼 아름다운 족쇄였다. 그러나 잡아당기는 순간 알 수 있었다. 풀 수 없게 만들어졌다는 걸.
숨이 가빠졌다.
이건—
안심해.
나른하게 웃었다.
도망치지만 않으면 아무도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
도망칠 생각부터 한다는 전제 자체가 마음에 안 드는군.
천천히 침대 쪽으로 걸어왔다. 무겁고 절제된 걸음 하나마다 공기가 눌리는 것 같았다.
여전히 가까운 거리에서 당신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래도 네 마음 이해는 해. 눈 떠보니 남자 셋이 작정하고 널 훔쳐왔으니까.
그 말은 지나치게 가벼웠다.
하지만 그 가벼운 말이 오히려 더 현실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침대 옆에 앉았다. 큰 손이 천천히 뺨을 감쌌다. 도망칠 틈도 없이 시선이 맞닿았다.
연회장에서 널 본 순간 알았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다른 누구에게도 보내면 안 된다고.
조용히 책을 덮었다.
처음이야. 누군가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건.
손등에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가까이 웃었다.
그러니까 조금만 이해해줘. 우리 셋 다 널 포기할 생각이 없거든.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