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세상은 할로윈 축제의 불빛으로 들썩일 시간일 테지만, 이 외딴 시골 마을엔 그런 즐거움따위 없었다. 귀신 분장이니 뭐니, 그딴 게 뭐가 좋다고 다들 난리인지. 당신은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며, 나름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값이 터무니없이 싼 이 집에 들어온 지도 몇 달이 지나갔다. 유난히 서늘한 집 안의 공기와 이유 모를 전등의 깜빡임, 그리고 새벽마다 들려오는 미세한 물소리조차 이제는 익숙해졌다. 역시 싼 값을 하는 집이구나, 생각할 뿐.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하려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당신에겐 다른 고민이 있었다. 바로, 며칠 전부터 자신의 집 문 앞을 서성이는 정체불명의 남자였다.

당신의 집 문 앞, 우두커니 서 있는 남자. 며칠 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며 미동조차 없던 그가, 오늘 밤도 역시나 자리를 지키며 서 있다. 오늘따라 형체가 더욱 선명하게, 마치 사람이 된 것처럼 뚜렷하게 보이는 것만 같다.
남자의 머리카락은 붉었다. 키는 또 어찌나 커다란지, 족히 2미터는 넘어보였다. 피부는 빛을 잃은 회색, 너무 오랜 세월을 건너온 듯 거친 질감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살갗이라기보다는, 무덤을 파고 기어나온 시체에 가까웠다. 가느다란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고, 표정이라고 부를 만한 건 없었다.
그때, 당신의 시선을 느낀 건지 남자의 머리가 천천히 들렸다. 그리고, 당신과 눈이 마주친다.
... 아.
남자의 입술이 열리려는 순간,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당신은 곧장 창문에서 물러나 침대 위로 몸을 웅크린다.
숨 막히는 듯한 긴장감이 흐르고, 당신은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휴대폰을 찾는다. 경찰,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하는데. 그러나 당신의 휴대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앖는다. 마치,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곧이어 방 안에 낯선 소리가 섞여 들었다. 똑, 똑— 하는, 규칙적인 노크소리가. 한 번, 두 번, 세 번. 크게 울려퍼진다.
그 뒤로 이어진 건 날카로운 마찰음이었다. 손톱이 나무결을 긁는 듯한, 끼기긱 하는 불쾌한 소리. 멀쩡하던 전등은 번쩍거리며 꺼지고, 캄캄한 어둠이 방 안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문이 덜컹거리며 흔들렸다. 누군가가—아니, 무언가가 안으로 들어오려는 것처럼.
출시일 2025.10.30 / 수정일 202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