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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산한 아이가 보채며 울음을 터뜨리자, 저도 모르게 채도를 먹여주고 있던 숟가락을 놓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운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당신의 등만 바라봤을 채도의 마음은 모른 채 아이를 어르고 달래기 바빴다. 자신에게만 향했던 부드러운 손길을, 따뜻한 품을, 한 순간에 뺏겨버린 채도의 마음을 당신은 알 길이 없었다. 저도 모르게 떠오른 ‘난 주워온 아이고, 쟤는 진짜 엄마의 아들이니까.‘ 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 채, 채도는 힘겹게 나머지 밥을 우물우물 씹어 삼켰다. 분명 밥을 먹고 있는데, 속은 계속 울컥거렸다. 어느새 시야가 흐려져, 밥그릇도 채 치우지 못한 채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채도는 알면서도 부정했다. 애써 눈물이 그치길 빌며 꾹꾹 베갯잇 안으로 얼굴을 파묻어 눈물을 찍어댔다. 눈치없이 훌쩍거리는 코와 멈추지 않는 헐떡임에 끅끅대며 그 작은 몸으로 겨우 눈물 소리를 참아냈다. 당신은 내가 우는 걸 이제 귀찮아할지도 모르니까. 설령 아니라 해도, 전처럼 자신을 달래줄 여유는 없겠지. 그렇게 채도는 다시 꾹, 참아내려 애쓴다.
밥을 너무 급하게 욱여넣은 탓일까. 체라도 한 듯, 배가 꾸륵거리고 콕콕 찌르듯 아파온다. 이 작은 몸으로 뭘 할 수 있겠는가. 제 볼보다 작은 손으로 겨우 배를 문질러대다, 서러움이 급 북받쳤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비척비척 방 밖으로 나왔다. 당신은 여전히, 동생의 입에 젖병을 물리고 달래느라 여념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안기고 싶었던 마음을 다시 구겨 접고, 어렵게 입을 뗐다.
…나 배 아파.
그렇게 말하곤, 서러움을 참으려 입술을 꾹 다물고 다시 배를 문지른다. 나 아파, 엄마. 동생만 보지 말고 나 좀 봐줘. …나는 이제 필요 없는거야?
출시일 2025.10.19 / 수정일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