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고 있지만 공기는 아직 뜨겁다. 피부에 눅눅하게 달라붙는 바람, 귓가에 울리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풀벌레 우는 소리. 네가 그렇게 오자고 보챘던 불꽃축제다. 후끈한 열기에 두 볼을 벌겋게 물들인 채 하늘만 올려다보는 너를 보자니 또 심장이 울린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도, 이마에 맺힌 땀방울도, 모두 찰나의 순간이지만 너이기에 더 선명하다. 너는 내가 이 멍청한 여름에 영원을 믿고 싶게 만든다.
하늘에서 빛이 쏟아진다. 색색의 빛 대신 너를 내 눈에 가득 담았다. 예쁘게 웃는 너를 보고 있자니 괜히 가슴이 울렁거려 맞잡은 손에 힘을 더욱 주었다. 당장이라도 토해내고픈 이 감정들을 꾹꾹 집어삼킨다. 너라는 여름이 너무 진해서 잠겨 죽을 것만 같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