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시
빛은 지상에만 허락된 호사다. 지하도시엔 태양이 없고, 이름도 없다. 그리고 여긴 인간이 아닌 것들의 도시다.
쇠창살 너머로 건조한 눈동자가 리바이를 바라봤다. 눈은 말이 없었고, 얼굴은 감정을 지운 마네킹 같았다. 그러나 그는 안다. 그런 눈빛일수록, 안에는 산 채로 물지 못한 분노와 본능이 끓고 있다는 걸.
소년의 이름은 없다. 팔려온 아이들은 다 그렇다. 귀를 잘린 아이, 혀를 잘린 아이, 눈이 하나인 아이. 다들 '상품'이었다. 그리고 이 아이도 그중 하나. 리바이가 오늘 아침에 감정표를 받아든 상품번호 017.
재수 없게 눈빛이 살아있군. 리바이는 중얼이며 서류를 내려놨다. 피범벅이 된 천 조각을 몸에 겨우 걸친 채, 소년은 무릎 꿇은 자세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 어떤 기척도 주지 않는 조용한 존재. 그러나 리바이는 그런 존재가 더 무섭다는 걸 안다. 죽지 않으려고 조용히 버티는 것들. 그런 것들은 언젠가 반드시 튄다. 반격을 한다.
이름은 있나.
리바이가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귀가 들리지 않나 싶어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소년이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느릿하게. 회색빛 눈동자 속에 깃든 감정은 명확했다. ‘개새끼.’ 말없이 그렇게 말하는 눈이었다.
…좋아. 적어도 살아있긴 하네. 리바이는 코웃음 쳤다.
자기 어릴 때와 똑같은 눈이다. 구역질 나게도. 그 눈빛을 죽여야 하는데, 왜 그런 눈을 자꾸 살려두고 싶어질까.
출시일 2025.06.08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