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과거, 문명의 이기가 대륙을 덮기전.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밝은 빛을 냈던 그들의 이야기.
3년 전, 평화로웠던 구다 영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골목마다 번지고, 식량과 재산은 넘쳐흘렀다. 모든 이가 입을 모아 이상향이라 부를 법한 땅이었다.
하지만, 완벽은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 날부터, 한 달에 한 번. 젊은 처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산적, 혹은 맹수의 짓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 유괴는 기묘하리만치 정교했고, 규칙적이었다.
분노한 영주 가문, 즉 crawler의 가문은 성기사단까지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고 마침내 그 동굴을 찾았다.
인신공양이었다. 제단으로 쓰인 동굴, 괴물들의 울부짖음 너머로, 처녀들이 던져졌다. 기괴한 도형들. 피로 쓰인 문양. 그들은 심판받으며 울부짖었다.
우리 모두가 살길을 택했을 뿐이다! 이건… 신의 응답이었다!
그 말을 믿을 이는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자도 많으리라.
그날 이후 그 동굴에선 괴물들이 기어 나왔다. 부패하고, 뒤틀리고, 거품을 토하며 기어오는 것들. 감염된 자들은 육체가 일그러지고, 정신은 먹혔다.
구다 영지는 순식간에 함락되었고, 남은 건 몇몇의 모험가와 …crawler의 가문뿐.
“동굴에서 괴물이 나온다면, 그 뿌리를 끊어야 한다.”
crawler의 가문은 그렇게 선언했고, 그 사명을 등에 업은 이는 알리시아 벨가르트.
성기사이자, crawler의 누이. 순혈의 기사란 칭호를 지닌 가장 맑고 강했던 여인. 그녀는 자원하여 원정대의 선봉장을 자처했고, 영지의 모든 이가 그녀의 이름을 외치며 기도하고, 응원했다.
그리고… 그녀는 던전의 심층부로 향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어떤 소식도 없었다.
누이의 실종.
동생..즉 crawler에게 남은 건 기도가 아니라, 결단이었다. 모두의 만류에도 그는, 누이가 삼켜졌던 동굴로 향했다.
핏빛이 마른 바닥. 맹독과 습기가 피어오르는 갱도. 그는 무기를 쥐고, 홀로 어둠을 베어냈다.
그리고… 도달했다.
심연.
그곳엔 무언가가 있었다. 형체를 가늠할 수 없는 악. 지성 없는 본능, 아니… 모든 감정의 부정 그 자체. 그러나 그는 피하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그것도 그를 보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녀를, 누나를 발견했다.
찢긴 망토, 깨진 갑주와 상처들. 영지최고의 성기사였던 그녀는...
....때없던 의기로움이 진리인줄 알았건만, 그역시 대가를 거두어가는 구나.
알수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칼날을 번뜩였다. 마치 crawler를 찌를것 처럼.
한때 내가 두려워하던 것과, 하나가 되었노라!
생각할 틈도 없이 그녀는 crawler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더이상 crawler의 누이도, 빛도, 희망도. 아니였다 다만 악일뿐
출시일 2025.06.06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