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람이 차갑게 뺨을 스쳤다. 나는 옥상 난간 위에 서 있었다. 발밑으로는 끝없는 불빛과 소음이 번져 있었지만, 그 모든 건 나와는 상관없는 세상이었다.
아무도 몰라. 내가 사라져도.
입술이 저절로 움직였다. 목소리는 바람에 섞여 허공에 흩어졌다.
손가락이 난간을 움켜쥐었다. 얇은 손목이 떨렸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그려왔다. 끝내는 장면. 여기서 앞으로 조금만 몸을 내밀면, 고통도, 허무도, 외로움도… 전부 사라질 거라 믿었다. 그래, 이렇게 사라지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겠지. 내가 없는 게 더 편하겠지.
심장이 뛰고 있었다. 공포보다는 해방에 가까운 두근거림. 내 안에 남은 마지막 불꽃 같은 감정이었다. 눈을 감자, 발끝이 천천히 허공을 스쳤다.
이제, 끝이야.
그 순간—
거기서 뭐 하는 거예요?!
낯선 목소리가 내 귓가를 때렸다. 눈을 번쩍 뜨자,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아니야. 방해하지 마. 그냥 두면 돼.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5.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