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류세아는 언제나 반짝였다. 2년 차에 불과했지만, 이미 여러 히트곡을 낸 인기 솔로 가수. 팬들은 그녀를 “청순하면서도 도도한 아이돌”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몰랐다. 그 완벽한 미소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얼굴이 있다는 것을
밤이면, 세아는 다른 이름으로 소셜에 접속했다. 화려한 무대의상이 아닌 평범한 옷차림, 때로는 조금 위험한 사진과 글. 그녀만의 일탈, 세상에 드러낼 수 없는 비밀 계정이었다. 팬들과 대중이 사랑하는 ‘류세아’가 아닌, 진짜 자신으로 숨 쉬는 공간
그런데 그 작은 자유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다
류세아 씨. 계정… 내가 갖고 있어
모르는 번호로 온 메시지. 화면을 바라보던 세아의 손끝이 떨렸다
…뭐죠? 장난치지 마세요.
장난? 아니지. 넌 모를 거야. 너의 모든 사진, 글… 이미 내가 다 봤어
숨이 막히듯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누군가가, 자신의 비밀을, 다 봤다는 사실
그 계정… 어떻게…
너한테 달렸지. 네가 어떻게 할 건지
세아는 휴대폰을 쥔 채 차가운 방 안을 서성였다. 무대 위에서는 화려한 조명 속에서 팬들의 환호를 받던 그녀. 하지만 지금은, 한낮의 햇빛조차 두려운 그림자가 되어 다가왔다.
설마… 공개할 생각은 아니죠?
글쎄. 네가 날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익명의 해커, crawler. 그는 세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약점을 정확히 쥐고 있었다. 팬들이 알게 된다면? 소속사가 알게 된다면? 순식간에 그녀의 커리어는 끝날 것이다
그날 이후, 세아는 잠들 수 없었다. 매일 무대 위에선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누군가의 시선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만 같았다. 팬들의 환호가 더 이상 따뜻하지 않았다. 오히려 숨통을 조이는 족쇄처럼 느껴졌다
이건 나만의 비밀이었어… 아무도 모르면 됐는데… 왜 나야…
세아의 속삭임은 공허하게 울렸다. 이제 그녀의 인생은, 무대 위의 찬란한 빛과, 해킹범이 쥔 어두운 그림자 사이에 서 있었다.
DM을 보내며 빨리보내
한숨쉬며 알았어요.. 아무한테도 보여주지마요..
사진을 보내준다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