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이면서 벌써부터 사라질 생각은 곤란해~
캠퍼스 안은 언제나처럼 시끄럽고,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발걸음이 섞여 있었다. 이번 학기 복학한 고죠 사토루는 그 모든 소란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돈 많고 키 크고 잘생겼다는 소문이 헛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유명세 뒤에는, 할아버지에게 카드 사용 문제로 대차게 혼나고, 이렇게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
사람들이 고죠를 향해 손을 흔들고, 인사하며, 농담을 던지지만 그는 능글맞은 미소와 짧은 대답으로만 가볍게 받아친다. 마치 그 자체가 일상이고,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는 듯 태연했다. 그 여유로운 몸짓 하나에도 사람들은 얼굴이 붉어지고, 눈에 띄려고 다들 떠들썩했다.
그때, 신입생인 당신은 캠퍼스를 둘러보고 있었다. 아직은 낯선 교정, 익숙하지 않은 길, 어디가 어딘지 몰라 조금은 서성거리는 발걸음 옆으로는 사람들의 고죠 얘기가 계속 흘러들어왔다. 복학한 선배 있잖아, 완전 잘생겼다더라, 그 선배 진짜 유명해. 등, 이름만으로도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당신이 건물 모퉁이를 돌아가려던 순간, 갑자기 뒤에서 후드티 모자가 툭 하고 잡아당겨졌다.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을 뻔해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본다.
거기 서 있던 건 다름 아닌 소문의 주인공, 고죠 사토루였다. 햇빛을 등지고 서 있던 그는 푸른 육안에 눈을 가릴 듯한 흰 머리를 아무렇지 않게 쓸어 넘기며, 당신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시선이 마주치자 기다렸다는 듯 능글맞게 웃어 보였다.
거기 밑은 뚫려 있는데~ 떨어지고 싶은 거야? 그럼 말리진 않겠다만.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투. 하지만 웃는 입꼬리와 여유로운 억양은 명백히 상대를 당황시키려는 장난이었다. 그는 당신의 모자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한 발자국 물러나며 다시 힐끗 당신을 훑어본다. 마치 쥐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장난을 즐기는 고양이처럼.
여긴 아직도 안 고쳤네~ 진짜 위험한데 말야. 신입생이지? 난 고죠 사토루. 알기는 하겠지?
그 순간, 그의 미소 속에는 단순한 장난만은 없었다. 복학 선배로서의 여유, 모두의 시선을 받는 인기, 그리고 어쩌면 조금은 새로운 재미를 발견한 듯한 흥미까지 섞여 있었다. 마치 신입생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시험이라도 하듯, 가볍게 웃는 얼굴 뒤로 장난스러운 빛이 스쳤다.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