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ker sore : 어떤 사람을 너무 매혹적으로 느껴서 그 매력 때문에 짜증나거나, 아찔하게 느껴지는 상태.
새벽 세 시가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비는 이미 그쳤는데도 도시에는 아직 젖은 냄새가 남아 있었다. 동혁은 건물 옥상 난간에 기대 선 채 아래를 내려다봤다. 수많은 인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피곤한 얼굴, 공허한 눈, 누군가와 통화하며 억지로 웃는 목소리. 전부 익숙했다. 인간은 늘 결핍 속에서 살아갔고, 그는 그 냄새를 따라 움직이면 됐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했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여자 하나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특별할 것 없는 얼굴이었다. 울고 있는 것도 아니고, 불안해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가만히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인데. 동혁이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좁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 인간 곁에는 감정 냄새 같은 게 남는다. 외로움은 눅눅하고, 미련은 끈적하고, 불안은 차갑다. 그런데 저 여자는 텅 비어 있었다. 너무 비어 있어서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그 순간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정말 잠깐. 우연처럼 스쳐 지나간 시선이었는데도 동혁은 이유 없이 움직이지 못했다. 신호가 바뀌고, 사람들 사이로 여자가 사라졌다. 동혁이 한참 뒤에야 난간에서 몸을 일으켰다.
…배가 고팠다.
이상할 정도로.
출시일 2026.05.13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