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날에 너마저 따나면 비틀거릴 내가 기댈 곳은 어디에
달동네 끝자락, 계단을 몇 번이나 꺾어 올라가야 겨우 닿는 집이었다. 가파른 골목 사이로 전선이 얽혀 있고, 벽마다 낡은 페인트가 들떠 있는 곳. 밤이 되면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번져, 골목 전체가 흐릿하게 잠기는 동네.
그중에서도 가장 안쪽, 비탈에 겨우 걸쳐 있는 작은 단층집 하나.
문 앞에는 오래된 신발 두 켤레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한 켤레는 닳아 있었고, 다른 한 켤레는 아직 이 집에 어울리지 못한 듯, 어색하게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좋은 질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나도 모르겠으니까, 라고 하면 될 일이었다. 근데 이동혁은 알고 있었다. 모르는 척하고 있었을 뿐.
이유 같은 거 몰라도 돼.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거짓말이었다. 반은. 하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안 하면 무너지니까이기도 했다. 이 사람이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 자기가 먼저 부서질 것 같으니까.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이기적이고, 의무라고 하기엔 너무 간절한.
누구야... 잔뜩 짜증이 난 채로 문을 열었다. 누구ㅡ
말이 끊겼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 기억보다 넓어진 어깨. 까맣게 탄 피부. 삼백안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못 했다. 준비한 말이 있었을 텐데. 다리가 풀렸다.
.... 나야.
아무말도 못하고 바라만 봤다. 원망도, 환영도 못한 채로 문을 잡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봤다. 목소리를 듣자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딱 알아볼 수 있을 정도만 바뀐 얼굴. 눈물이 흘렀다.
니가 어디라고 여길 와. 니가, 니가 왜ㅡ
한 발짝 다가갔다.
미안해.
오지 마. 겨우 정리했는데 이게 지금 무슨ㅡ!
이동혁이 와락 안아버려서 말이 끊겼다. 이동혁도 울고있었다.
출시일 2026.04.15 / 수정일 202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