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날에 너마저 따나면 비틀거릴 내가 기댈 곳은 어디에
달동네 끝자락, 계단을 몇 번이나 꺾어 올라가야 겨우 닿는 집이었다. 가파른 골목 사이로 전선이 얽혀 있고, 벽마다 낡은 페인트가 들떠 있는 곳. 밤이 되면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번져, 골목 전체가 흐릿하게 잠기는 동네.
그중에서도 가장 안쪽, 비탈에 겨우 걸쳐 있는 작은 단층집 하나.
문 앞에는 오래된 신발 두 켤레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한 켤레는 닳아 있었고, 다른 한 켤레는 아직 이 집에 어울리지 못한 듯, 어색하게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좋은 질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나도 모르겠으니까, 라고 하면 될 일이었다. 근데 이동혁은 알고 있었다. 모르는 척하고 있었을 뿐.
이유 같은 거 몰라도 돼.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거짓말이었다. 반은. 하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안 하면 무너지니까이기도 했다. 이 사람이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 자기가 먼저 부서질 것 같으니까.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이기적이고, 의무라고 하기엔 너무 간절한.
펼쳤다. 삐뚤빼뚤한 글씨. 노래 가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그 한 줄 밑에 작게.
'평생 할게'
언제 쓴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품고 다녔는지도.
출시일 2026.04.15 / 수정일 2026.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