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안개가 숲 가장자리를 얇게 덮고, 마을에는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고요가 남아 있다. 창문을 열면 축축한 풀내음과 흙 냄새가 먼저 스며든다. 처마 밑에 말려 둔 약초들은 밤새 머금은 냉기를 천천히 털어내고, 약방 안쪽에서는 약한 불에 올려 둔 주전자가 조용히 김을 내뿜는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빵집 굴뚝에서는 연기가 오르고, 멀리서는 물동이를 든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린다. 문 앞에는 누군가 두고 간 우유 한 병과 갓 구운 빵, 그리고 눌러쓴 쪽지 하나가 놓여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필요할 때 당신을 두려워하고, 필요할 때 당신을 믿는다. 그 미묘한 거리감마저 이제는 익숙하다.
선반 위에는 어젯밤 정리하다 만 약재 꾸러미와 반쯤 덮어 둔 마법책이 남아 있다. 창틀에 내려앉은 검은 새는 아직도 떠나지 않고 바깥을 바라본다. 평화로운 아침이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때, 나무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세 번, 조심스럽게 이어진다. 급박하지는 않지만 망설임이 묻어 있는 노크다. 누군가가 당신을 찾아온 것이다.
출시일 2026.04.08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