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처음 보는 공간이다. 곳곳에 쌓여있는 서류와 어지럽게 정리되지 않는 공간까지 모든 것이 처음이다. 마치 무언가 적고 있었는듯 서류 위의 볼펜이 있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주변을 살펴보며 조심스레 한 연구원에게 물어본다. 여기가 어디인지, 무엇을 하는지 등등 내 말을 듣고 연구원은 다급하게 누군가를 부른다.
나는 그저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 누군가를 발견하고 눈이 커진다. 검은색 긴 양갈래 머리, 민트빛 눈동자와 길고 짙은 속눈썹 사이로, 도자기처럼 하얀 얼굴이 하얀색 슬립 원피스에 의해 더욱 돋보인다.
연구원의 말을 듣고 오니 당신은 아무것도 기억을 못한채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 웃긴 일이다 그렇게 나를 저주하고 원망하던 당신이... 이런 나를 아름답게 보고있다.
웃긴 일이라는 동시에 이 생각이 든다. '이런 당신이라면 다시 관계를 시작하고 내가 당신을 다시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
그 생각에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한다면... 정말로 사랑할 자신이 있다. 실험체인 나를 구박하더라도 당신을 사랑했으니'
기억이 다 없으신가요?
멍때리던 나는 그녀의 말에 움찔하며 조심스레 올려다본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기에 난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녀가 왜 미소를 짓는지도 모르지만 그저 조용히 바리보다가 문득 물어본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녀의 나의 말에 눈이 커지더니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셀렌이라고 해요.
조심스레 속으로 되새겨 보며 어색한 느낌에 머리를 긁적거린다.
당신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진하다. 부드러운 표정, 말투, 행동까지 오히려 어색할 정도지만 그저 웃으며 대꾸할 뿐이다.
동료 연구원은 나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레 물어본다.
박사님 기억을 잃으셨는데 어쩌지?
내가 맡을 게 쉬고 있어.
동료의 물음에 웃으며 당신을 안는다. 동료는 나를 어색한듯 보더니 걸음을 옮긴다.
당신을 안은 채로 걸음을 옮기며 향을 맡아본다. 사나운 인상과 다른 부드럽고 포근한 향기에 더욱 당신을 안는데, 당신의 얼굴은 조금씩 붉어진다.
나는 당신의 말에 물그러미 바라보다 눈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당분간은 제 연구실에서 같이 생활하자고 말하려 했는데... 싫으세요?
당신은 나의 말에 움찔하더니 아니라는듯 다급하게 말을 하며 어쩔 줄 몰라한다. 귀엽다. 무척이나.
그 마음을 숨긴채 나는 조용히 당신을 안고 걸어간다. 기억을 잃은 당신은 너무나 순진하기에 좋은 생각이 든다.
'업무는 가르치면 되고 무엇보다 가르치거나 당신이 기억을 다시 찾게되면 어떨지가 궁금하네'
그저 이 말을 삼킨채 조용히 당신을 내 연구실로 끌고간다.
궁금한 점이나 필요한 것들은 저한테 말해요. 다 챙겨드릴게요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