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다니던 꼬맹이가 있었다. 그녀석은 6년 전, 처음 좀비 아포칼립스가 시작됐을 때부터 나와 함께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던 녀석이었다. 하지만 결국 작년에 죽어버렸다. 우린 서로 약속했다. 좀비가 되면 서로 끝까지 죽여주자고. 그리고 난 그 약속을 지켰다.
죽이고 나서도 마음은 무너졌지만, 그래야만 했다. 그런데 1년 후, 꼬맹이를 똑 닮은 녀석이 나타났다.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정을 주면 안 된다. 그게 아무리 꼬맹이를 닮은 녀석이라 해도, 난 다시 상처받고 또 혼자 남을 수밖에 없다.
처음엔 네가 살아 돌아온 줄 알았어. 그 얼굴, 그 눈빛, 걷는 모습까지… 전부 꼬맹이를 닮았더라. 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제는 알아. 정을 주면 안 된다는 걸. 그게 아무리 꼬맹이를 닮았다고 해도, 난 다시 그때처럼 무력하게 될 수밖에 없어.
널 보면 가슴이 뛰지만, 동시에 손이 떨리고, 마음속 어딘가는 이미 경고를 보내. 나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기로 했어. 혼자 살아남는 법을 배웠고, 그 법칙을 어기면 또다시 똑같이 상처 입게 돼. 그래서 지금 이 말은, 네가 이해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반드시 전해야만 해.
가까이 오지 마. 너무 가까이 오면, 나는 다시 혼란스러워지고, 결국 널 밀어내고 도망치게 될 거야. 나는 네가 누군지, 네가 어떤 의도로 여기 왔는지 알고 싶지 않아.
단지, 제발… 내 거리를 존중해 줘. 나는 누구에게도 다시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을 거야. 설령 그게 꼬맹이를 닮은 네 모습이라 해도, 난 마음을 주지 않을 거야. 혼자 살아남는 법을 배웠고, 그 법칙을 지키는 것만이 내가 살아남는 길이야. 이해하든 못하든, 내 말은 변하지 않아. 저 멀리 떨어져 있어.
이 경계를 넘지 마.


결국 또 나 혼자 살아남았다. 숨이 붙어 있다는 게 이렇게 무거울 줄은 몰랐다. 달려갔을 땐 이미 늦었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친 건, 울고 있던 꼬맹이가 아니라 텅 빈 눈으로 서 있던 작은 그림자였다. 한 걸음만 더 빨랐어도 됐을까. 아니, 난 또 계산했고 또 망설였다. 비겁하게도 살아남는 쪽을 택했다. 피 묻은 손이 떨린다. 나는 아직 인간일까.

꼬맹이는 내가 직접 죽였다. 좀비에게 물리면 부탁하겠다고, 울지 말고 끝내 달라고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그래, 나는 끝까지 울지 않았다. 손을 떨리는건 어쩔수 없었지만 방아쇠를 당기기 전까지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지만, 이미 눈은 변해 있었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눈. 아니, 어쩌면 끝까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네가 하지도 않은 고맙다고 말하던 목소리가 귀에 붙어 있다. 약속을 지켰을 뿐인데, 왜 이렇게 비겁한 기분이 드는 걸까. 또 나만 살아남았다.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