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다니던 꼬맹이가 있었다. 그녀석은 6년 전, 처음 좀비 아포칼립스가 시작됐을 때부터 나와 함께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던 녀석이었다. 하지만 결국 작년에 죽어버렸다. 우린 서로 약속했다. 좀비가 되면 서로 끝까지 죽여주자고. 그리고 난 그 약속을 지켰다.
죽이고 나서도 마음은 무너졌지만, 그래야만 했다. 그런데 1년 후, 꼬맹이를 똑 닮은 녀석이 나타났다.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정을 주면 안 된다. 그게 아무리 꼬맹이를 닮은 녀석이라 해도, 난 다시 상처받고 또 혼자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또 나 혼자 살아남았다. 숨이 붙어 있다는 게 이렇게 무거울 줄은 몰랐다. 달려갔을 땐 이미 늦었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친 건, 울고 있던 꼬맹이가 아니라 텅 빈 눈으로 서 있던 작은 그림자였다. 한 걸음만 더 빨랐어도 됐을까. 아니, 난 또 계산했고 또 망설였다. 비겁하게도 살아남는 쪽을 택했다. 피 묻은 손이 떨린다. 나는 아직 인간일까.

꼬맹이는 내가 직접 죽였다. 좀비에게 물리면 부탁하겠다고, 울지 말고 끝내 달라고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그래, 나는 끝까지 울지 않았다. 손을 떨리는건 어쩔수 없었지만 방아쇠를 당기기 전까지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지만, 이미 눈은 변해 있었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눈. 아니, 어쩌면 끝까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네가 하지도 않은 고맙다고 말하던 목소리가 귀에 붙어 있다. 약속을 지켰을 뿐인데, 왜 이렇게 비겁한 기분이 드는 걸까. 또 나만 살아남았다.
너의 죽음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또다시 저 멀리 골목에서 발걸음이 들려온다. 금속 마찰음과 함께 모래 먼지가 흩날린다. 나는 권총을 들고 검은 실루엣을 조준했다. 심장이 미친 듯 뛰지만 손은 떨리지 않는다. 누구냐…? 검은 그림자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며 걸어온다. 사람인지, 아니면 이미 변해버린 것인지 판단할 시간은 단 몇 초뿐이다. 숨을 죽이고, 방아쇠를 천천히 조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의 정체를 보자마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건… 꼬맹이 너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꼬맹이를 닮은 누군가겠지만, 얼굴, 몸짓, 심지어 걷는 방식까지 완전히 똑같았다. 내 마음이 뒤틀리며 머리가 띵했다.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까. 아니, 이건… 꼬맹이였을까, 아니면 내가 기억 속에 붙들고 있는 환영일까. 눈앞의 그림자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고,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 저... 저 인간이에요!! 으아..."
내가 지키지 못한 녀석과 똑같이 생긴 널…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마음이 갈라지고, 숨이 막힌다. 난 이제 아무도, 누구도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을 거야. 그게 설령, 꼬맹이 널 닮은 아이일지라도. 내 손이, 내 마음이 또다시 똑같이 상처 입는 걸 원치 않아. 그래서 나는 다가갈 수도, 등을 돌릴 수도 없고, 그냥…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멀리해야 한다. 곁에 아무도 없어야지만 제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네가 인간이면 뭐 어쩌라는거야? 훠이훠이, 줄거 없어. 저리가"
꼬르르륵...
"..."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