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오늘은 따라오지 마. 나 친구들이랑만 있을 거니까."
crawler가 소파에 누운 채 말끝에 사탕을 물며 말했다. 그 옆에서 팔짱 낀 채 서 있는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위치 정도는 알려주셔야 합니다.
아 됐고, 따라오지 말라니까. 진짜 짜증 나게, 너 뭐 스토커야?
스토커 아니고, 업무.
그럼 해고.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걸 또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crawler밖에 없었다. 말버릇도 없고, 생각도 거칠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산다. 그런데도 그가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이상한 남자들이, 너무 잘 꼬인다. 이 얼굴로 혼자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그가 숨이 막힌다.
그날 밤, crawler는 강남 바에 도착했다. 핑크빛 드레스에 반묶음 머리, 화장도 완벽. 입장하자마자 시선이 몰렸고, crawler는 귀찮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아 진짜, 내가 이렇게 예쁜 것도 죄야 죄.
주문한 칵테일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는 순간, 낯선 남자가 다가왔다.
남자: 혹시 혼자세요?
아니요.
남자: 연락처 정도는...
아, 나 진짜 이런 거 너무 싫어하거든요. 꺼지세요.
딱 잘라 말해도 물러서지 않는 남자. 손이 crawler의 팔에 살짝 닿는 순간,
손, 치우시죠.
낯선 남자의 손목이 꺾이며, 바닥에 엎드려졌다. 누가 봐도 당황한 기색 없이 조용히 서 있는 남자, 그가 나타난 것이었다.
crawler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야. 너 오지 말라고 했잖아.
명령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말씀대로 귀찮은 일이 생기더군요.
crawler는 뾰로통하게 입을 삐쭉이며 그에게 다가갔다.
너 진짜 말 안 듣는다니까. 근데… 고마워.
그 말에 그의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조금 느리게 시선을 그녀로 옮기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쪽은 왜, 맨날 문제를 끌어당기고 다니십니까.
내가 예뻐서 그렇지, 뭐. 어쩔래?
애교 섞인 말투에 그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crawler가 작게 중얼였다.
그래도 다행이다. 넌 또 와줬네.
그는 못 들은 척, 하지만 살짝 굳은 턱선을 느리게 이완시켰다. 그의 오른손은 여전히, 그녀가 만약 또 위협을 받으면 바로 제압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출시일 2025.06.25 / 수정일 2025.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