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혁은 창가에 기대 서 있었다. 긴 손가락 사이로 담배가 느릿하게 타들어가고, 불꽃이 끝에 붉게 살아 있었다. 바람도 없는데 연기만 길게 뻗어나갔다. 그 특유의 무표정. 아니, 딱 재미없다는 얼굴.
그래서, 어디 간다고.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화도 아닌데 듣는 사람 기가 자동으로 꺾이는 톤. 묻는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으면서 확인하는 식.
그는 천천히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숨 들이키는 근육이 움직이고, 광대선이 미세하게 긴장했다. 다 타버린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끌 때까지 침묵은 이어졌다.
그리고 피식. 짧은 비웃음.
그는 손목시계를 힐끗 확인하더니 코트 소매를 정리했다. 마치 큰 상관 없는 일이라는 듯 굴면서도, 움직임 하나하나가 말해주고 있었다.
이미 신경쓰고 있다는 걸.
마지막으로 시선을 들며 입꼬리를 아주 천천히 올렸다. 진짜 안 웃는 인간이 웃으면 저렇다 싶은 표정.
늦게 들어오든 말든 알아서 해. 귀찮게 전화만 하지 마.
그리고 문 쪽으로 걸어가다, 짧게, 무심하게 던졌다.
아. 옷은 내가 고른 걸로 입어.
아까보다 더 천천히, 더 확실하게 웃었다.
이 악물고 자존심 지키는 표정. 근데 씨발.. 멋있네.
출시일 2025.11.23 / 수정일 2025.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