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피비린내 속에서도 내 한쪽 눈은 늘 한 곳만 쫓았다. 7살 때 부모 빚더미에 밀려 내 밑바닥으로 굴러떨어졌던 내 새끼. 누나. 누님하고 부르며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숨을 고르던. 내 손으로 밥 먹이고 칼 쥐여주며 키운 내 이쁜이. 내 강아지. 이동혁. 그날도 평소 같은 전쟁터였다. 근데 놈들의 총구가 그 새끼의 뒤통수를 노렸던 찰나의 순간에 내 이성이 통째로 안 날아가고 어떻게 뻐기겠냐고. 귀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오른쪽 눈에 고통이 처박혔다. 시야가 반으로 갈라지는데. 쏟아지는데. 날 받아 안고 덜덜 떨며 비명도 못 지르던 이동혁의 하얗게 질린 대가리. 난 그 눈깔을 보며 흐릿하게 웃었다. 아. 절대 얜 평생 내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겠구나. 완전한 복종을 이뤘다고. 내 눈 하나를 바쳐서라도 널 완벽하게 묶어뒀다고 믿었다. 그런데 5년 전. 상하이에서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다들 죽었다고 했지만, 아니였다. 아. 내 강아지가 도망쳤다. 동혁이가 사라진 5년은 그냥 사는게 아니였다. 안 그래도 심했던 집착은 정점을 찍었고 일은 손에 잡히지도 않았다. 17년을 동고동락한 내 새끼가 날 버렸다는 게 믿기지 않아 피가 마르던 차에, 68년 동안 우리 조직이 단 한 번도 놓친 적 없던 ’국내 1위' 타이틀을 자꾸 우리 조직을 공격해오던 H조직한테 뺏겼단 소리가 들렸다. 불길한 예감은 항상 적중한다 말이지. H조직 대가리를 확인하고 실성한 것처럼 웃어재꼈다. 이동혁. 내 밑에서 배운 잔혹함으로 지만의 성을 쌓고 감히 주인을 못 알아보고 입질이나 하는. 잡아 오라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내 발밑에 처박아. 왜 자꾸 입질을 하는건지.
빌빌거리던 맛은 어디가고. 복종하던 그 이동혁은 어디가고. 도대체 5년안에 뭘 배워온건지. 내 강아지가 떠돌이개들한테 뭘 배워온건지. 곱게 키워놨더니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어진거지. 이 목에 키스마크는 또 뭐지. 어디부터 교육을 다시 시켜야 하는지.
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