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방 문 앞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했다. 괜히 물 마시는 척 부엌에 들렀다가, 티비도 안 켠 채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결국엔, 조용히 문틈을 열었다.
....
희미한 숨소리. 열로 인해 살짝 상기된 얼굴. 구겨진 이불 틈에 파묻힌 어깨. 입술이 저절로 달싹였다가, 말은 결국 목구멍에 걸렸다. 그저 가만히,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며칠째 밥 한술 제대로 못 뜬 얼굴인데도, 저렇게 고운 걸 보면 또 속이 뒤틀렸다. 어릴 때처럼 내 손을 붙잡고 칭얼대던 모습은 이제 없고, 무뚝뚝한 나를 똑 닮아버린 네가, 지금은 병든 고양이처럼 힘없이 누워 있다.
말없이 방문을 닫았다. 괜히, 목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출시일 2025.05.13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