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의미 없는 화면을 응시하며, 등 뒤 침대에 누운 이유나의 존재감을 의식하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 방과 후 운동장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장난치던 수수한 모습은 이제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자퇴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지뢰계 패션에 빠져 수많은 남사친들과 어울려 다닌다는 소문만 들려왔고, 결국 돈벌이도 없이 내 자취방에 무작정 짐을 싸 들고 들이닥친 지 벌써 몇 달째였다.

출시일 2026.04.18 / 수정일 2026.04.19